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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질경이 Jul 23. 2024

진주보다 더 고운 아침이슬


우리 마당의 꽃 중에서 아이리스 꽃은 가장 크고 화려하지만 

일 년 중 단지 며칠밖에 그 아름다움을 보여주지  못한다.  

꽃잎 끝에 맺혀 있는 보석 같은 이슬도 

해가 떠 오르면 반 시간도 견디지 못한다. 


어느 누가 이렇게 아름다운 비단결을 만들 수 있을까? 

꽃은 며칠 지나면 시들어 버리지만 

그래도 그 뿌리는 살아남아 해마다 이맘 때면  다시 돌아온다.



5mm도 안 되는 꽃에 이슬이 수없이 달려있다.


세상에는 크고 화려한 꽃들이 많이 있지만 

척박한 땅에서 자라 발밑에 깔려도 모를 정도로 키도 작고 눈에 뜨이지도  않는  이 꽃들의 아름다움이 

화원에서 영양분 받고 자란 크고 화려한 꽃들보다 결코 덜하지 않았다.

그동안 가까이 있으면서도 알아주지 못해 미안하다.

작은 꽃들아...



별처럼 생긴 꽃에도

봉오리에도..

활짝 핀 꽃에도  이슬이 방울방울..




이슬방울은 참 절묘하게도 매달려있다.


아, 작년에 내가 감추어 놓은 보석이 여기 있구나.

이렇게 아름다운 색깔은 어디서 났을까?



뒤에서 보아도 곱다.


날씨도 고르지 않은 사막에서 

달력도 못 보는 것들이 어찌 날짜를 그리도 잘 맞출까?

그저 신기할 뿐이다.


낮에는 뜨겁고 밤에는 온도가 내려가 일교차가 심하더니

 아침에는 안개가 자욱하게 내려앉았다.


마당에 나가니 토끼가 안갯속에 앉아있다



해가 떠오르자 안개는 순식간에 엷어져가고

우리 집으로 들어오는 길도 갑자기 환해진다.


자욱한 안개가 걷히는데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철망에도 이슬이 내려앉아있다

반짝이는 것을 그릴 때 왜 줄을 긋는지 이제 알겠다.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진주보다 더 고운 아침 이슬처럼

내 맘에 설움이 알알이 맺힐 때

아침 동산에 올라 작은 미소를 배운다

태양은 머리 위에 붉게 타오르고 한낮에 찌는 더위는 나의 시련 일지라...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로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 


우리 젊어 부르던  노래가 들리는듯하다. 


진주보다 더 고운 아침이슬이 이런 거로구나...

너무 예뻐 렌즈 바꾸고 삼각대를 써서 잘 찍어보고 싶었는데

해가 오르자 순간순간 이슬이 사라져 버려 그럴 겨를이 없었다.

다음날 새벽 일찍 일어나 문을 여니

아.. 안개가 하나도 없는 바싹 마른  아침이다. 

어제 있었다고 오늘 내 앞에 나타난다는 보장이 없다는 걸 다시 배웠다.


  우리 세대 우상이었던 김 민기선생이 돌아가셨다.

내 젊은 날 암울했던 시절 그의 노래는 우리 마음을 정화시켜 주었다 

스무 살에 그렇게 아름다운 노랫말과 곡들을 만든 천재로

평생  밝은 곳 보다 그늘진 곳들을 찾아다니며 힘든 사람들을 노래로 위로해 주던 그다.

그동안 내가 모아둔  아침이슬로 조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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