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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고래마케터 Jun 27. 2023

회사속에서 길을 잃다

퇴직까지 3년이 남았는데...

 이제 퇴직까지 정확히 3년이 남았다. 2026년 6월 30일까지 다니면 퇴직이기 때문에 이제 3년만 회사생활을 하면 자연스럽게 인생의 후반전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3년은 길다고 하면 길고 짧다고 생각하면 아주 짧은 시간이다. 그런데 퇴직을 불과 3년을 남긴 이 시점에서 나는 길을 잃어버렸다.


 지금 내가 일하고 있는 곳은 영업부서이다. 매달, 매분기 목표가 세부적으로 주어지고 각 목표를 모두 달성해야만 한다. 달성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월급에 영향은 없지만 문제는 내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다른 동료들이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목표는 개인목표 뿐 아니라 팀 목표 그리고 사업단 목표로 되어 있기 때문에 내가 나에게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다른 누군가가 그만큼 더 해야지만 팀 목표와 사업단 목표를 달성 할 수 있다.

문제는 올해 여러 지표중 내가 가동 목표를 계속해서 달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매달 마감을 할 때마다 부담이 있었다. 


 몇 개월을 고민하다가 어제 사업단 단장에게 영업일이 아닌 다른 파트의 일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다. 

부서이동을 요청한 것이다. 욕심같아서는 지금 있는 익숙한 곳에서 3년을 잘 버텨 퇴직하고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더 이상 영업 실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았고 무엇보다 번아웃이 온 것처럼 영업을 하는데 힘이 나지 않는다. 영업은 벽을 마주치면 강한 추진력과 열정으로 벽을 깨면서 가야하는 일인데 일을 하는데 힘이 나지 않으니 점점 더 자신감도 떨어진다. 


 그런데 문제는 회사내에서 내가 갈 곳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이미 다른 쪽에서도 유휴인력이 많다고 한다. 즉 회사가 인력이 많아서 문제인 것이다. 임금피크제를 받아들이고 계속 근무하는 선배들도 많아지고 있다.

나는 지금 있는 회사에서 공채도 아니고 아는 사람도 많지 않아서 인맥으로 끌어줄 사람도 많지 않다.

면담 후 단장은 당장 갈 곳이 없으니 3분기는 영업을 계속하면서 기다려 보자고 말하면서 혹시 지방도 괜찮냐고 물어보았다. '지방근무'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이야기라 깜짝 놀랐다.   

' 아~ 정말 내가 갈 곳이 많지 않구나'라는 것을 느끼면서 '지방근무'는 일단 생각해 보겠다고 이야기하고 상담을 마쳤다.


 상담을 마치고 나니 영업에 대한 열정이 더 떨어지는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마땅한 자리가 빨리 나와서 옮기고 싶지만 당장 다음달 영업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마음을 추스려야 한다. 이곳에 있으면서 계속 저기를 보면서 생활할 수는 없다. 

갑자기 길을 잃어 길이 보이지 않지만, 눈을 크게 뜨고 길을 찾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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