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참고 또 참자
현재 근무하고 있는 사업단에 다른 곳에서 일하고 싶다고 요청을 했다. 단장이 본사 팀장과 본부장님께 보고가 이루어졌고 내가 한 결정은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
어제 팀장에게 전화를 받았다. 일단 팀장 입장으로서 타 부서로 이동요청을 하면 최대한 빨리 직원의 의사에 맞게 보내 주어야 하는 것 같다. 문제는 내가 갈 수 있는 곳이 맍지 않다는 것이다.
인사팀에서 이야기한 곳은 내가 한 번도 근무해 본 적이 없고 그곳에 가서 할 자신도 없는 자리였다.
팀장에게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팀장도 그곳은 나와는 너무 안 맞는다고 생각했는지 인사팀에게 그 자리는 아닌 것 같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하지만 '현재 유휴인력이 너무 많고 적합한 자리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라고 전했다.
어제 팀장과 통화를 하고 생각이 복잡하다. 3년밖에 남지 않았는데 그래도 익숙한 이 조직에서 일하는 게 맞지 않았는지 후회도 되었다. '이 회사에 경력직으로 들어와서 10년 넘게 한 조직에서만 있었던 내가 다른 곳에서 일한다는 것이 쉽지 않겠다'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부서이동을 요청하기까지 나름 고민을 했으니 더 이상 후회는 하지 않기로 한다.
문제는 이제는 지금 시점에서 3년 일찍 위로금을 받고 나가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오늘은 구체적으로 위로금이 얼마인지 나가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나 자신을 보게 되었다.
하지만 이성적으로 판단할 때 절대 그래서는 안된다는 것도 안다.
나가서 할 수 있는 일이 준비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이제 둘째 아이가 내년에 고3이다. 들어가야 할 학원비에 회사가 지원해 주는 학자금을 생각하면 적어도 2년 후 까지는 회사를 다녀야 한다.
10년 넘게 힘들었지만 그래도 잘 지내온 회사생활이 퇴직 3년을 앞두고 정말 힘들어졌다. 모든 것이 내가 자초한 일이라는 자책이 들면서 내가 조금 더 능력 있고 긍정적인 사람이었다면 상황이 이렇게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후회도 하게 된다.
또한 부서이동을 요청하고 나서는 지금 일에 열중하기가 힘들어진 것이다. 언제 이동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계획을 세우고 열심히 일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진다.
그래도 요즘 가장 힘을 주는 것은 가족이다. 아내는 아직 어디로 갈지 결정 난 것도 아닌데 너무 힘들어하지 말라고 힘을 주고, 딸도 힘들었던 일도 지나고 보니 좋은 점도 있었던 것 같다고... 아빠도 이번일이 그럴 것이라고 이야기해 준다.
맞다. 아직 결정 난 것은 없고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알 수는 없다.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나약한 생각은 절대 해서는 안된다. 어쩌면 이 글을 쓰면서 스스로에게 '절대 회사를 그만두면 안 된다'라고 다짐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잘 될 것이다. 앞으로 3년은 회사를 다니면서 3년 후를 준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