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도시락
요리의 시작점.
나의 요리의 시작점을 찾아보면, 대학교 2학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 학교는 산골짜기 깊은 곳에 있었다. 그러다 보니 학식 외에는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없었는데, 학식은 늘 밥을 주로 하는 덮밥, 볶음밥이었다. 요즘은 비건학생을 위해 채소로 구성된 학식도 존재한다던데. 우리 학교는 돈가스, 볶음밥, 라면 등 배는 부르지만 탄수화물이 가득가득한 음식뿐이었다.
이런 메뉴 구성은 나에게 매우 치명적이었다. 20살의 해방감과 함께 달려온 음주란 녀석이 21년 역사상 처음으로 뱃살이라는 고민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지금은 영원한 동반자) 다이어트가 필요했다. 그래서 매일 도시락을 싸기 시작했다. 그것이 나의 나를 위한 애씀의 시작이었다.
매일 도시락을 싼다는 건.
연애엔 타이밍이 필요하다고 했던가. 도시락에도 타이밍이 필요하다. 매일 도시락을 싼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러니 내일의 나는 믿어서는 안 된다. 굶어 죽기 딱 좋다.
나에게 도시락을 싸기 가장 적절한 타이밍은, 잠들기 바로 직전, 하루를 마무리하는 그 시간이었다. 매일 밤, 다음날의 나를 위해 준비하는 도시락은 거창하진 않지만, 내일의 나를 반겨주기엔 충분했다.
도시락은 늘 특별했다.
도시락을 싼다는 건 내일 특별한 날이 준비되어 있다는 의미. 비록 도시락 메뉴가 특별하지 않더라도, 특별한 날은 도시락을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그렇기에 특별하고 싶은 날엔 냉장고의 있는 음식을 정섯것 담아 밖으로 향하면 된다. 그 도시락은 나를 행복하게 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