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깊은바다 상어유영 Aug 21. 2022

(난임일기) 마치며

10번의 난자 채취, 7번의 배아 이식

글을 쓴다는 건 힘든 일이다.

일기라도 공개된다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며 창작이라 고통이 따른다. 

글이 될만한 소재가 생기면 그에 어울리는 적당한 단어와 표현을 생각해뒀다가 한꺼번에 쏟아내면 될 것 같지만 사실 한글자 한글자 써내려갈 때는 고민과 고민의 연속이다.

그 과정이 고되서 몇 자 안되는 글일지라도 쓰고나면 힘이 탁 풀린다.

4월부터 8월 현재까지 일상에 지쳐 한동안 브런치를 찾지 않았다.


하지만 기록없는 기억은 왜곡되고 잊혀져버리기 일쑤다.

내 일상이 어느 정도 회복됐을 때 현재의 기억을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시어머니가 결혼 3년간 아이가 생기지 않아 고생하는 나에게 삼신타기라는 점쟁이와의 행사(?)를 준비하지 않고 나에게 도움이 되는 뭔가를 해준다면 그게 무엇일까?

먼 미래의 내 며느리가 나와 같은 고통과 고민을 갖고 있다면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하얀 봉투에 현금을 두둑이 넣어 주면 제일 좋겠지만

그래도 뭔가 해주고픈 노파심이 든다면 며느리 입장에선 내 시어머니의 성공담 내지는 경험담을 군더더기없는 깔끔한 필체로 써서 주는 게 제일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 경험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지금 겪고있는 내 고충과 힘듦을 기록하여 내 기억이 사라져버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제1의 이유요.

제2의 이유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내 경험을 상세하게 기록해놓아야겠다는 의무감과 책임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일기를 마친다고?

더 이상 시험관시술을 하지 않거나 아니면 성공했거나 둘 중 하나겠지......

이쯤에서 지금 내 상황이 궁금할 것이다. 


지난 식목일에 이식한 배아들 중 새싹이는 내 자궁에서 무럭무럭 뿌리내려 자라고 있다.

그 동안의 마음고생을 날려버리고 현재 건강하게 22주차 태아로 꼬물꼬물 거리는 중이다. 


그동안 10번의 난자채취와 7번의 배아 이식을 했다.

2019년 11월부터 2022년 4월까지 내 인생의 한 부분을 몽땅 바쳐 2세 만들기에 돌입했다.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고 그동안 쓴 병원비와 영양제 등 영수증으로 증빙할 수 있는 비용만 3천만원이 넘었다.

임신준비를 하지않았을 기회비용까지 고려하면 엄청난 비용을 지불한 셈이다.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안된다고 생각했고 본능적(?)으로 달려 지금에 이르렀다.

늙은 나이에 헬육아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그때 내가 미쳤지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인생이란 가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 아닌가?

세상에 없던 새로운 존재가 나로 인해 태어난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지금은 그저 이 기다림을 설레며 즐기고 싶다.

난임일기는 오늘로 끝나지만 

내일부터는 태교일기를 시작할 예정이다!

작가의 이전글 (난임일기) 열번째. 내 생애 마지막 과배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