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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골 Aug 26. 2023

전쟁과 전사들에 대하여

니체 읽기 AZ 10


 차라투스트라는 ‘사자’로 사는 전사들에 대하여 말한다.

“나는 너희가 마음속에 품고 있는 증오와 시샘을 알고 있다. 아직 너희는 증오와 시샘의 감정을 모를 만큼 위대하지는 않다. 그렇다면 적어도 그 때문에 부끄러워하지 않을 만큼은 위대해 있도록 하라!”

 ‘사자는’ 증오와 시샘의 감정을 모르는 ‘어린아이’만큼 위대하지는 않지만, 그것을 부끄러워할 만큼 왜소하지도 않다.


 전사는 주인으로서 자기 자신에게 명령하며 자기 자신에게 복종한다.

“반항. 노예에게 있어서는 그것이 고상한 일이 된다. 너희에게 있어 고상한 일은 복종이기를! 그리고 너희가 내리는 명령 그 자체가 일종의 복종이어야 한다!”

 노예의 첫 번째 임무는 노예임을 자각하는 것이다. 그로써 노예의 삶에 반항한다면, 노예의 삶을 극복한다면 그는 삶의 주인으로서 살 수 있을 것이다. 노예와 달리 주인에게는 스스로에게 내리는 명령에 복종하는 것이 미덕이 된다.


 차라투스트라는 전사의 적에 대하여 말한다.

“너희는 자나 깨나 적을, 너희에게 걸맞은 적을 추적하는 눈을 갖고 있는 자가 되어야 한다.”
“적을 갖되, 경멸스러운 적이 아니라 증오할 가치가 있는 적만을 가져야 한다. 너희는 너희 적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한다.”

 전사는 자기 자신의 적을 찾아야 한다. 경멸스러운 적이어서는 안 된다. 경멸스러운 적과 겨루는 일은 전사의 삶을 탁월하게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증오할 가치가 있는 적, 생의 에너지를 전부 쏟아 넣을 가치가 있는 전투를 가능하게 하는 훌륭한 적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너희는, 전쟁까지도 신성한 것으로 만드는 것은 훌륭한 명분이라고 말하려는가? 나 너희에게 말하련다. 모든 명분을 신성한 것으로 만드는 것은 훌륭한 전쟁이라고.”

 훌륭한 목적을 추구하기 때문에 삶이 탁월해지는 것이 아니라, 탁월한 삶을 살기에 그의 목적이 훌륭해지는 것이다.




프리드리히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정동호 옮김, 책세상, 2000.

원제: Also sprach Zarathustra (1885)


방송

김준산 외, 〈니체 강독 2편〉, 《두 남자의 철학 수다》.

https://www.podbbang.com/channels/1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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