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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골 Oct 31. 2023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미야자키 하야오 (2023)


1.

  절절한 서사 없이 보드라운 이미지의 리듬이 잔잔하다. 결을 따라가다 보면 명상에 가까운 상태가 되는데, 언뜻 노장의 앙양이 와라와라처럼 날아들어 살을 맞대고 부비는 듯하다. 사람은 종국에 영락하기 마련이지만, 좋은 삶을 그리는 일은 영화롭다.


2.

 망자는 살생을 할 수 없건만, 그들의 존재는 종종 폭력의 구실이 되기도 한다. 아직 죽지 않은 배고픈 펠리컨이라면 더 잔혹한 폭력에도 변명은 오히려 더 쉽다. 물론 모든 살생에 대해서 단일한 잣대를 들이대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와라와라도 내장이 필요하지 않은가.


3.

 무리 짓는 앵무새들은 무섭기 그지없다. 다채한 듯 하지만 똑같이 행동하고 똑같은 것을 탐하고 살생을 즐긴다. 세상을 전부 먹어 치우기 위해 그들은 왕처럼 전진한다. 그대들은 앵무새를 몰아내라.

 

4.

 한 수면 채워질 것 같다는 탑에 악의가 깃든 까닭은 완벽한 탑을 위한 한 수가 다른 수많은 것을 정당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한 수에 탑이 무너질 것 같더라도 완성의 유혹은 달콤하고 치명적이다. 주어진 것은 맨 돌과 맨 손뿐이다. 그대들은 그저 거기서 하나하나 쌓아나가라.


5.

 어 명분을 내세우더라도 새 생명이 탄생하는 산실(産室)을 침범하는 것은 금기다. 쉽게 건들지 마라. 그리고 그대들이 어떻게 살 것인가 자문한다면, 새 생명이 나고 자라서 자유롭게 비상할 수 있는 세상 비망(非望)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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