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깍쟁이의 신혼일기(2)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일 뿐 지역 비하의 의도는 절대 없습니다. )
결혼식준비 때 이야기다.
결혼식준비를 하면서 한번 이상은 꼭 싸운다는 법칙이 존재하는데 결혼식에 대한 환상이 없는 우리는 그 법칙을 깬 커플이었다.
순조롭게 결혼준비가 되어가던 어느 날 남편이 나에게 물어왔다.
남편- 결혼식 끝나고 친구들 뒤풀이 한다는데 우리도 얼굴 내 비쳐야 할 것 같아 괜찮겠어?
술좋아하는 남편의 친구들이 결혼식 뒤풀이를 제안해 왔고 남편은 답정너 스타일로 나에게 물었다. 아직도 결혼식 뒤풀이를 하는 사람들이 있어?라는 심정에 나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남편에게 말했다.
나- 아니 시대가 어느 때인데 무슨 뒤풀이야? 결혼식 끝나면 바로 인천으로 넘어가서 다음날 아침 일찍 비행기 타야 하는데 술 좋아하는 자기 친구들이 자기 가만히 놔두겠어? 신혼여행 망치고 싶어? 나는 싫어.
내 반응에 서운하면서도 싸움으로 번질 것 같았는지 바로 알겠다하곤 서로 잠깐의 침묵이 있었지만 다시 다른 주제로 넘어가 일단락되었다. 이후 경상도에선 멀리서 와주거나 식사를 하지 않는 분들에게는 현금을 챙겨 주는 문화에 대해서 말이 나왔고 그때도 나는 날 선 반응을 보였다. (경상도의 어느 결혼식에서 손님들에게 나눠주는 답례금을 하객도 아닌 사람이 바쁜 틈을 타 몇 번이고 받아간 사건을 뉴스에서 읽은 적이 있다. )
경북의 작은 동네에서 줄곧 커온 남편과 그의 친구들 입장에서는 그들만의 결혼 문화는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해 안 돼! 말도 안 돼! 라며 그들의 문화를 존중하지 않았고 지혜롭지 못하게 남편을 몰아붙인 나는 기분이 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후회가 됐다. 그래서 그 어렵다는 결혼식 준비 중 싸우지 않기 퀘스트를 깨고 싶은 나는 남편에게 심플하게 물어봤다.
나- 여보는 어떤 보상을 바라고 결혼식 참석해? (비아냥 아니고 예쁘고 최대한 순수하게^^)
남편- 아니. 여보 말이 맞네. 그저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싶을 뿐이야
다행히 남편은 못된 나를 받아주는 착한 남편이었고 나의 의견을 존중해 주었다. 그렇게 결혼식 뒤풀이, 답례금은 안 하는 걸로 합의를 보았고 결혼식 준비 중 싸우지 않기 퀘스트를 깰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