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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H Mar 15. 2023

현실과 이상사이

미국에 5년째 거주 중.

2017년 12월 말, 결혼을 목표로 온건 아니었지만 그 이후로 계속 미국에 살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미국 생활. 날씨와 공기 좋은 남가주에 자리를 잡았다.


처음엔 희망이 가득한 나의 미국 생활이었다.

오전 6시 반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퇴근하고 집에 오면 8시였던, 매우 치열했던 국회에서의 근무가

나의 한국 생활의 70% 이상을 차지했었다. (선거 기간엔 평일 주말 할거 없이 더 오랫동안 일한다)


매일 반복되던 같은 일상을 살다가,

느지막이 8시쯤 일어나 브런치를 먹고 한가로이 바닷가를 거니니 얼마나 낭만적이었겠나.

그것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니 정말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딱 3개월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그 행복을 즐겼다.

그러다 집이 그리워지기 시작하더니,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질문했다. “여기가 어디지?”

불행한 건 아니었지만 나의 ‘집’이 어딘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새로운 질문들이 계속해서 생겨났다.

평생 살았던 한국에 있는 그 집이 나의 집 같은데, 이제 내가 매일 눈뜨는 이곳이 내 집이 되는 건가?

한국에 있는 가족, 친구들을 떠나 이곳에 있는 사람들이 앞으로 나의 동반자가 되는 건가?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들은 미국에 거주하는 5년 동안 현재까지도 계속된다.

매년 한국에 갈 때마다 3-4개월씩 거주하였기 때문에 한국에 다녀올 때마다 “난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고 말 거야!” 하고 다짐하였다.

한국에 있는 동안 한국에 집을 알아보고 친구들에게 난 한국으로 다시 올 거야라고 호언장담을 해놓고, 일자리를 알아본다.

하지만,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면 미국에서의 생활에 적응하느라 모든 것을 다 잊고 만다.


나는 지금 한국에 살고 있는 걸까. 미국에 살고 있는 걸까.

나의 현실은 한국일까 미국일까.

이상적인 삶은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일까. 미국에 적응하여 사는 걸까.


요즘은 눈을 뜨자마자 육아를 하느라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러다 문득 또 나에게 질문을 한다. “여기는 어디고, 이 아기는 누구지?”

전에 쓴 글에서 나의 2022년이 사라졌다고 했듯이, 출산하고 2개월 정도는 정말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지내왔기 때문에

그 과정이 기억이 잘 안 난다.

“응애, 응애”가 모든 의사소통인 우리 아기가 아침에 일어나 활짝 울어주며 반겨주면,

그래, 너는 내 사랑스러운 나의 분신이구나 하고 정신을 가다듬는다.


5년 동안 질문을 하다 보니 아직도 답은 모르겠다.

이랬다 저랬다 하는 엄마의 의견도 한몫한다.

어제는 공주(엄마는 날 공주라 부른다), 힘들면 한국으로 돌아와.라고 했다가,

오늘은 그래도 미국에 적응하며 살아야지. 아기를 위해서.라고 한다.

누가 내 인생에 답을 내려 주겠는가. 이 삶은 온전히 내가 짊어져야 하는 내 것인데.


이 질문은 내가 죽는 순간까지 계속하겠지?

궁금하다 5년 후의 나는 10년 후의 나는 어떤 모습일지.


그냥 그저 매일매일 새로이 시작되는 하루에 최선을 다하련다.

내일은  나은 사람이 되어야지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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