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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윤 Oct 12. 2020

퇴사할게요.

오늘 드디어 퇴사한다고 말했다.

며칠도, 몇 주도 아닌 몇 달을 괴롭히던 회사였다.

퇴사를 할지 고민하는 것도 수백번, 수천번은 했을 것이다.

고민하는 사이 내 마음 속은 어느새 구겨진 종이를 채워넣은듯 버석거리고 있었다.


벌써 10번째 사무실이다.

매번 회사를 1년 반도 채우지 못하고 그만두기를 반복했다.

이번만은 2년을 채우겠다고 나 자신을 채찍질했지만 그 결과는 퇴사하겠단 말을 꺼내는 것조차 두려워 스스로를 더 괴롭히고 있었다.


항상 내가 먼저 그만둔 것은 아니었다. 

경영 악화 3번, 부당 해고 3번, 버티기 어려운 근무 환경 3번... 자발 적으로 그만둔 건 이번이 네번째다.


나는 이 회사에서 홀로 잡일과 사장의 비위를 맞추며 시간을 보냈다.

사장은 내 디자인을 맘에 들어하지 않았다.

내가 부족한가 보다.

수정을 했다.

여전히 맘에 들어하지 않고 한숨부터 쉰다.

나는 더이상 디자인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디자이너가 됐다.

판형만 겨우 입력한 인디자인을 두고 텍스트 하나 입력하는 것도 힘겨웠다.

뭘 채워도 빈 느낌이 들고, 뭘 바꿔도 이상했다.


초조해진 마음에 인터넷 강의를 미친듯이 모았고, 유료 강의까지 수강하기 시작했다.

개인작을 만들 때는 마음이 편했다.

떠오른 것을 만들 수 있고 금방 완성도를 높였다.

그러다 깨달은 것이다.

지금 내가 회사를 다니는 것이 괴롭다는 것을 알게됐다.


그리고 오늘까지 몇십 번의 외침을 속으로 삭혔는지 모르겠다.

하루종일 그만두는 상상만 한적도 있었다.

하지만 드디어 말했다.


이 시국에, 이런 형태로 괜찮을까 싶지만 주변에서 모두 잘했다고 해줬다.

어떻게든 또 해낼 수 있겠지.

그럼 뭐 어떠냐며 내 걱정을 일축시켰다.


그래, 어떻게든 되겠지.

아무튼 퇴사한다고 말했다. 퇴사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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