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는 이른 새벽에 일어나 가장 먼저 기도초에 불을 켠다. 조용히 촛불을 바라보다가, 누군가가 떠오르면 조용히 기도를 한다. 그가 편안해지기를. 행복해지기를.
자신을 위한 기도가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한 기도.
그게 J가 몇 년째 하루를 시작하는 방식이다.
나는 그녀에게 일어나는 모든 기적 같은 행운이 이 기도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물질이든 마음이든, 베푼 만큼 돌아오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 우주의 법칙이다.
물론 살다 보면 베푼 만큼 돌아오지 않는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주는 사람은 늘 주고, 받는 사람은 늘 받는다. 그래서 억울하다.
억울한 이유는 뭘까? 주는 마음 저 아래 대가를 바라는 마음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꼭 물질적인 대가가 아니더라도, 알아주지 않거나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지 않으면 호구가 된 것 같아 기분 나빠진다.
일대일 관계만 생각하면 그게 사실이다. 세상에는 감사함을 표현하는데 인색하고, 염치없이 받을 줄만 아는 사람들도 참 많다.
하지만 좀 더 크게 시야를 넓혀보면, 베푸는 사람들은 결국 부자가 된다. 넉넉하게 마음을 쓰는 사람은 점점 삶이 넉넉해지고, 진심으로 다른 사람을 돕는 사람은 주변에 늘 도와줄 사람이 있다.
그 방면에 관해서는 울 엄마가 나의 첫 번째 스승이다. 엄마는 100원짜리 하나도 허투루 쓰지 않는 사람이다. 모든 장바구니 물건값을 외우고, 세일하는 상품이 아니면 사지 않는다. 난방비가 아까워 겨우내 전기장판으로 지내는 짠순이 중에 짠순이다.
그렇게 알뜰히 돈을 모았다가, 주변에 어려운 일이 생기면 백만 원, 천만 원씩 척척 내어준다. 비싸기만 하고 먹을 거 없다고 외식은 거의 하지 않지만, 어쩌다 밖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누구보다 먼저 밥값을 계산한다. 남의 집에 갈 때 절대 빈손으로 가는 법이 없고, 갑자기 들이닥친 손님에게도 있는 거 없는 거 다 꺼내 꼭 밥을 먹인다. 그리고 집에 찾아온 손님을 빈손으로 보내는 법이 없다.
엄마는 화수분처럼 언제나 내어줄 것이 있는 사람이다. 나는 엄마를 보며 풍요로운 삶에 대해 영감을 얻는다. 진정한 베풂은 대가를 바라지 않을 때 빛을 발하고, 복을 짓는다는 것을 배웠다. 받은 만큼 되돌려주지 않는 사람도 많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내가 받을 복의 양이 더 늘어난다고 생각하면 억울할 것도 없다.
내 친구 J 도 분명 기도를 통해 복을 쌓고 있을 거다. 나 자신과 가족을 위한 기도조차 매일 하기는 어려운데, 무작위로 떠오르는 남을 위해 기도하는 것은 (그것도 몇 년씩이나) 얼마나 값지고 복된 일인가.
사랑받고 싶으면 먼저 사랑을 베풀고,
이해받고 싶으면 먼저 남을 이해하고,
돈을 벌고 싶으면 다른 사람을 돈 벌게 하라.
라는 말이 있다.
안다.
아는데,
살다 보면 자꾸 잊게 된다.
그래서 참 고맙다.
살면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을 떠올리게 해주고,
깊은 영감을 주는 친구들이 옆에 있어서.
필요할 때에 필요한 가르침을 주는
삶의 스승들이 언제나 선물처럼 나타나줘서.
- 크리에이터 릴라 -
* 필명 바꿨는데, 브런치 프로필은 15일 이후에 바꿀 수 있다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