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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이 초라하지 않은 곳, 제주

by 레이지마마

제주에 살고 싶지만,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망설여진다는 친구들이 있다.

그들과 생계에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이

과연 얼마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 월수입 얼마면, 제주에 살 수 있을까?

- 음... 400만 원쯤?

- 빚 없고, 집 있고, 부양할 가족이 없다면?

- 아휴. 그럼 150이면 충분하지.


누구는 100만 원이면 살 수 있다 하고, 누구는 400, 누구는 1,000만 원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최소한의 집,

최소한의 자동차,

부모로서 최소한의 책임,

자식으로서 최소한의 도리...

각자가 생각하는 삶의 최소 기준에 따라

필요한 액수가 달라졌다.


책임과 의무, 미래에 대한 불안,

남들 눈에 그럴듯해 보이고 싶은 마음을 제거하고 나면

순수히 먹고사는 데는

그리 큰돈이 들지 않는 사실엔 다들 동의했다.


제주에서 일 년쯤 살아본 친구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여행지로서의 제주는 돈이 많이 들지만,

실제로 사는 데는 큰돈이 들지 않는다고.


외식이 줄고

의복이나 사치품 구매 등

품위 유지 비용은 제로에 가깝고

바다와 오름과 문화생활을

돈 안 들이고 누릴 수 있으니

가난하게 살아도

초라하지 않다고.

오히려, 엄청

부자가 된 기분이라고.


제주에 오지 못하는 이유가

최소 생계는 가능할까?에 대한 두려움이라기보다

가난하게 살 용기에 관한 것이라면

오래 고민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내가 아는 한, 제주에는

가난해도 가난하지 않은 사람들이

참 많으니까.

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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