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명상을 시작했다. 요즘 자기 계발서를 여러 권 읽었는 데 성공한 사람들이 명상을 사랑했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가벼운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한 게 몇 달, 예전보다 몸 상태가 나아졌다고 느끼지만 저녁이 되면 기운이 달려 짜증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가 꽤 있다. 짬을 내어 명상이라도 하면 마음이 좀 다스려질까 싶어 한 번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마음에 여유를 들일 작은 창하나 만들 수 있을지 해보고 판단해야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
엄마는 짜증이 많으셨다. 당신을 진짜 모르시는 건지, 본인이 쉽게 화를 낸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시지만. 오히려 자신이 걱정 없이 태평하며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여기신다. 내 기억 속의 엄마는 늘 쫓기듯 움직이셨다. 유난히 바쁜 날이나 급한 순간이 되면 엄마의 짜증 게이지가 올라가는 게 보이곤 했다. 톡 하면 터질 듯이. 나는 그 모습이 정말 싫었다. 슬프게도 세 딸 중에 내가 엄마를 제일 많이 닮았다. 다행인 것은 내 상태를 자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싫어하면 닮는다는 말이 정말 사실인가 보다. 난 나에게서 엄마를 본다. 때로 별 것 아닌 일, 평소 같으면 너그럽게 넘어갈 수 있는 일에도 갖은 짜증을 내며 호들갑과 소란을 떨게 된다. 내 모습을 우리 아이들이 그대로 닮을까 두렵다. 특히 딸이 7살 동생에게 화를 내는 모습은 나를 부끄럽게 만든다. '내가 저렇게 말했었지, 나도 저렇게 소리를 질렀었지......' 딸아이를 나무랄 수가 없다.
명상이 마음 다스리기에 정말 도움이 될까? 나는 관심이 가는 분야가 생기면 관련된 책을 먼저 찾아보는 편이다. 이번에도 검색창에 '명상' 두 글자를 입력하고 관련 서적을 살펴보았다. 검색된 책 중에서 [고엔카의 위빳사나 명상], [명상이 이렇게 쓸 모 있을 줄이야]를 대출했는데 결론적으로 둘 다 읽다가 말아버렸다.
[고엔카의 위빳사나 명상]은 붓다의 명상법에 대한 소개를 담은 책이다. 명상 자체는 종교적인 것과 관계가 없다고 설명하지만 붓다의 깨달음과 명상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라 불교적인 색채가 강하다. 위빳사나 명상법에 대한 이론서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실제 수련을 위한 안내서도 있다. [코엔카의 위빳사나 10일 코스]에는 10일 동안의 수련 방법이 상세히 소개가 되어있다고 한다. 또한 우리나라 전라북도 진안에는 10일 동안 위빳사나를 수련을 할 수 있는 명상센터가 있다. 그곳에 입소하면 열흘 동안은 휴대전화도 사용할 수 없으며 센터에서 정한 규율을 따라야 하고 그곳에서 제공하는 음식으로만 배를 채워야 한다. 관심은 가지만 좀 무서운 건 사실이다. 휴대폰도 없이 완전 세상과 연락두절이 된다는데...... 갑자기 다단계도 떠오르고 영화를 너무 많이 본 듯 괜한 상상의 나래가 펼쳐진다.
두 번째 책은 첫 번째로 소개한 책과 결이 완전히 다르다. [명상이 이렇게 쓸 모 있을 줄이야]라는 제목에 걸맞게 실용적인 측면을 강조한다. 밑도 끝도 없이 명상의 장점을 몇 가지 나열한다. 살도 빠지고 통증도 경감된다고 한다. 안 그래도 주말에 한쪽 어깨를 다쳐 파스를 붙이고 있던 차였다. 통증을 줄여주는 간단한 명상법이 적혀 있길래 따라 해 봤다. '한 술에 배부르랴 하다 보면 되겠지'라고 애써 포장해보았다.
두 권 모두 계속 손이 갈 것 같지가 않다. 재빨리 유튜브를 검색했다. 중간 광고가 없는 깔끔한 영상 하나를 찾아서 해보기로 했다. 바닥에 반가부좌를 틀고 앉아 몸을 곧게 세웠다. 곧이어 흘러나오는 나긋하고 편안한 목소리에 집중해보았다. 프리... 뭐, 무슨 호흡법이라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프라야나마라고 했다.
평소에 안 하던 복식 호흡을 했다. 한 손으로 오른쪽 콧구멍을 막고 왼쪽으로 숨을 쉬고 다시 콧구멍을 열고 닫고 계속 콧구멍 타령이다. 끝날 때쯤 보니 손도 왼손으로 잘 못하고 있다. '허헙...' 숨이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고 계속 끊어졌다. 세상에 쉬운 일이 없다더니 진짜 숨 쉬는 것도 내 맘 같지 않았다. 복부가 자연스럽게 부풀었다 들어갔다 하지 못했다. 배가 팝핀댄스를 추는 것 같았다.
별로 감흥이 없었다. 아침이 주는 긍정적 에너지를 세포 구석구석까지 전달하라는 말에 고등학교 생물 교과서에서 봤던 세포가 떠오른다. 뜬 구름 잡 듯 허황되게 들린다. 하지만 내일도 반가부좌를 틀고 따라 해보려 한다. 나중에 내 아이가 기억하는 내 얼굴이 편안했으면 한다. 일상과 일에 쫓겨 물에 젖은 수건처럼 푹 젖어있지 않았으면 한다. 명상이 놀라운 변화를 가져온다는데 그것까지 기대하진 않는다. 잔잔한 변화라도 생기면 감사할 것 같다.
그나저나 진짜 유튜브 보고 따라 해도 될까? 시간만 낭비하는 것은 아닐까? 그 유튜버는 정말 명상의 효과를 봤을까? 계속 의심스럽긴 하다. 명상, 유튜브로 배워도 될까? 해보는 것 말고는 알 도리가 없으니 새벽 기상 루틴에 하나 더 끼워넣는다. 헛수고가 아니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