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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부자 기린쌤 Jul 18. 2020

나도 연애 싫어하지 않아요

오히려 연애가 하고픈 6년차 연애 적령기의 생각

연애, 연애, 연애


결혼 적령기의 사람들은 결혼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나는 20대 내내(현재 진행형) 결혼 적령기 사람들의 스트레스가 공감되는 연애 적령기였다.


삼삼오오 모여 밥을 먹는 자리면 꼭 '연애'에 대한 질문이 나오고 이어서 왜 연애를 하지 않는지, 얼른 연애를 하라는 피드백을 받곤 했다. 연차(?)가 쌓이고는 결혼은 하지 않더라도 연애는 하자!라는 안부인사를 듣고 있다.


내가 독신주의라서 연애를 안 하는가? 아니, 그렇지 않다. 나는 결혼을 빨리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연애도 하고 싶다. 하지만 연애는 공부처럼 혼자 노력하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닌 상대방과 내가 함께 하는 건데 어떻게 하지?



이상형이 어떻게 돼?


대학원을 다닐 때, 한 선생님께서 나에게 이상형에 대해 물어보았다. 한 번도 구체적으로 내 이상형은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질문을 듣고 당황스러웠다. 잠시 생각해본 뒤 이렇게 답했다.

"음... 오빠 같은 사람이요. 저는 다양한 활동을 하는 걸 좋아하는데, 제가 하는 일에 대해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이런 사람이면 좋겠다는 것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내 모습을 보니 정말 막연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질문을 받은 이후 생활을 하며 계속 생각해보게 되었다. TV 프로그램 속의 다양한 사람들, 드라마 속 캐릭터들을 보면서 '나라면 저런 상황에 어땠을까?', '저런 모습을 보면 왜 불편함이 느껴지지?', '이런 스타일은 편해!'와 같이 상황이나 사람에 대한 내 감정을 들여다보았다.


"나는 택배를 받는 것도 너무 좋아하고,
식당에서 메뉴판 보는 것도 너무너무 좋아하는데
그것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이 일을 좋아해요"
- 멜로가 체질 中

드라마 <멜로가 체질>의 명대사 중 하나인데 나도 듣자마자 머릿속에 저장된 대사이다. 이 드라마뿐만 아니라 다른 예능프로그램들을 보고 최근 막냇동생과 친구와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내가 호감을 느끼는 스타일에 공통점을 찾았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하는 사람.



지금은 성숙해지는 시간


중고등학교 때 해본 풋사랑을 성인이 되어서 다시 생각해보면서 '어릴 때의 나는 철이 없었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들도 있었다. 만약 지금이라면 조금 더 성숙하게 대응했을 텐데... 미안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였다.


드라마 <멜로가 체질> 15화에 나오는 장면인데, 이해하느라 몇 번을 돌려보았다.

드라마 촬영을 앞두고 남자와 여자는 각자의 역할(감독, 작가)을 수행하느라 바빴다. 퇴근 시간이 가까웠을 때, 여자는 남자의 연락을 기다렸지만 연락이 없어 속상한 모습이었다. 남자는 바쁘게 회의를 마치고서야 여자에게 연락을 했고, 둘은 만나 산책을 하며 대화를 했다.
남자가 바빴다고 하는 말에 여자에게는 핑계라고 한다.
남자는 핑계라고 하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동호회나 술도 아닌 일이고, 바쁜 와중에 틈을 내서 만나는데.
여자는 틈내서 만난다는 것도 속상하다.
틈내서 만난다는 게 밀린 빨래를 처리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남자는 서로가 너무나 바쁜 와중에 틈내서 만나는 게 멋진 일이라고 생각된다.
여자는 만나는 사람에게 틈내서 만나는 사람이고 싶지 않다고 한다.
남자는 그럼 안 만나냐 묻는다. 못 보는 게 속상한데.
여자는 짧게 만나거나 못 만날 수 있지만, 마음이 중요하다고 한다.
- 멜로가 체질 15화 中 장면 요약


대학교 1학년 때 학생회를 할 당시의 나는 위 장면의 남자와 같은 입장이었다. 지금도 보면서 "왜 핑계라고 느끼는 걸까? 틈내서 만나는 게 멋진 일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였다. 하지만 여자의 "만나는 사람에게 틈내서 만나는 사람이고 싶지 않다"라는 대사가 와 닿았고, 저 대화가 끝나고 다시 또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과정도 멋지고 성숙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틈내서 만난다는 게 상대방에게는 긍정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아니구나.

틈내서 만난다는 건 나에게 있어서 남자 친구가 일보다 우선순위가 뒤에 있다는 거구나.


연애는 틈내서 만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시간(일부)을 함께 공유하는 것이라 표현할 수 있을까? 최근 어디에서 본 건지 모르겠지만 내가 연애를 하고 싶으면 나도 관심을 가져야 된다고 하였다. 내가 바지가 사고 싶어서 관심을 가지고 있으면 길거리에 다니는 사람들의 바지들만 보이는 것처럼 연애에 관심 가지는 건 그런 걸까?


내가 연애에 관심 가진다는 건 어떤 건지 여전히 모르겠다. 분명한 건 지금도 나는 내 일도 사랑하지만 연애를 하고 싶고, 결혼도 하고 싶다. 일을 하면서 연애도, 결혼도 하는 사람들을 보며 부러운 마음이 든다. 계속해서 연애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지금도 지나가는 이 시간 동안 나도 성숙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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