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이 힘들 때면 드는 생각
삶이 날 테스트하는 걸까?
8월 말, 브런치 속 내 공간에 처음으로 매거진을 만들었다. 평소에 엄마와 나눴던 대화들을 통해 느꼈던 생각들을 담아둘 매거진. 만들고 나서 매거진 목록에 가득 찬 글들을 상상하며 기대를 했다. 출퇴근을 하면서도, 일을 하다 쉬는 시간에도 글감이 떠올랐고 어떻게 표현할지 구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올린 글은 0개.
새로운 매거진과 함께 새로운 일상도 시작되었다.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보았던 새로운 센터에 8월 말부터 출근하게 되었다. 졸업 후 2년 정도 2.5일 출근 + 대학원 공부를 하는 스케줄로 익숙해져 있었는데, 갑자기 두 배의 스케줄이 되어 5일을 꽉 채워 출근하니 쉽게 적응이 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일정 조율도 힘들었지만 감사하게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해나가던 첫 달, 치료 수업을 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 교수님께 문자가 왔다.
사실 지난 학기에 논문 주제를 정하고 실험을 진행하고 있었다. 커다란 가방을 메고 지역아동센터를 다니며 실험을 하던 중 대구 지역에도 코로나 19가 무서울 정도로 퍼졌다. 2월 말부터 4월까지. 집 안에서만 보낸 시간 동안 나도 모르는 사이 코로나 블루도 왔었던 것 같다. 힘겹게 끌어오던 실험은 '외부 강사 출입 금지'로 인해 진행이 불가하였고, 언제 코로나 19가 끝날지 아무도 몰랐다. 논문은 쳐다보기도 싫고, 대학교를 다니며 열심히 공부했던 흔적들이 쌓인 것을 보고 숨이 막히는 기분도 들었다. 그렇게 나는 '해야지 해야지'하면서도 논문으로부터 도망치고 있었다.
지도 교수님께서는 평소에도 신기할 정도로 기다려주시고, 스스로 생각하게 만들어주시던 분이셔서 항상 감사했다. 그런 교수님께서 먼저 연락이 온 것을 보며 '내가 너무 안일하게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교수님께도 솔직하게 지금까지 느꼈던 심정을 길게 메일로 써서 보냈다. 이후 교수님과 통화하는데 내 잘못이 아니라며, 앞으로 어떻게 하고 싶은지에 대해 물어봐주시고 들어주셔서 울컥한 마음이 들었다.
결국 나는 두 센터의 스케줄 속에서 학위논문 주제를 새로 정하기 위해 여러 논문들을 검색하고 찾아봐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퇴근길에 계속 머릿속에서 '엎친 데 덮친다는 게 이런 상황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빠진 시간 속에서 더 힘들게 만드는 듯한 느낌에 삶이 나를 테스트하는 것만 같았다.
'오늘은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한 번 보자꾸나. 이만큼은 할 수 있을까?'
하루에 있는 소소한 미션들을 분명 성공하고 왔는데, 쉴 새 없이 계속 새로운 미션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느낌.
힘든 시간을 겪고 나면 내가 더 성장하고 클 거라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매일매일을 '테스트에 통과해야지'하며 버티듯이 살아가고 있다.
그러다 한편으로는 직접적으로 '힘들다'라고 말하기 두려워서
내 선택을 삶 때문이라고 핑계를 대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 순간들로부터 몇 개월이 지난 지금도 글을 쓰면서 울컥거리는 느낌이 드는 걸 보면
아직도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 솔직하게 표현하는 데 많이 서툴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