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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부자 기린쌤 Jun 24. 2020

언니 직업은 뭐라고 해야 해?

브런치를 시작한 이유

새로운 사람과 대화를 시작할 때 많이 하는 질문이 "무슨 일 하세요?"이다. 서로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라포를 형성하기 위해 정보 공유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름도, 나이도 개인의 민감한 정보이며 겉모습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혼인 여부에 관련된 이야기도 조심스럽다. 성인이 되어 느낀 점이지만, 서로에게 오픈할 수 있는 정보는 바로 "직업"이었다. 초/중/고/대학생 때는 어려 보이기도 하고, 교복만 입거나 몇 학년인지 이야기를 해도 바로 직업이 "학생"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성인이 된 지금, 내가 현재 하고 있는 일이나 직업을 뜻하는 명확한 단어가 필요하다.



무슨 일 하세요?


"저는 언어치료사(언어재활사)예요." 현재 정식 명칭은 '언어재활사'로 바뀌었지만, 말로 전달할 때는 언어치료사라고도 많이 사용하는 편이다. 처음 이 직업을 이야기하면 잘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라 조금이라도 더 익숙한 단어를 사용하게 되었다. 우리 가족들도 공부하면서, 실습하면서, 일을 하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누다 보니 직업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다.


언어재활사는 고용형태에 따라 정규직도 있고, 비정규직인 프리랜서/강사 위촉식도 있다. 나는 졸업 후 계속 비정규직인 프리랜서 형태로 일을 하고 있다. 언어치료 수업이 없는 날이나, 오전에는 수업이 없는 경우 집에 있으면서 개인적인 시간을 가지곤 한다. 흔히 평일 낮이면 일을 하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보니 평일 낮시간 대에 만나는 사람들(예를 들어 집에 정수기나 공기 청정기 점검해주시는 코디분들이나 대외활동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 등)은 궁금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항상 "프리랜서 형태라 수업 있는 날만 출근하고, 출근 안 하는 날에는 대학원 공부도 하고 있어요^^"라고 덧붙여 설명을 하곤 한다.



언니 직업은 뭐라고 해야 해?


1년 정도 일을 한 어느 날, 막냇동생이 나에게 "언니 직업은 뭐라고 해야 해?" 질문을 했다. 나의 설명을 옆에서 듣고 기억한 단어들 #언어치료사 #언어재활사 #대학원생 #프리랜서. 이렇게 많은 단어들을 한 마디로 정의 내리기도 어렵고, 모든 단어를 이야기하기에는 궁금해하는 상대방의 질문에 대응하기 힘들었던 것 같다.


몇 개월은 요일을 나눠서 두 기관을 동시에 다닌 적도 있었다. 언어치료 시간표에 따라 최소 수업 30분 전에 출근하다 보니 출근 시간도 일정하지 않다. 가족들도 나의 출퇴근 시간을 헷갈려하고 항상 궁금해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이번에도 막냇동생이 "오늘은 어디로 출근 해?" 질문을 하였다. 이 질문을 한 시기에는 두 기관 중 한 곳은 퇴사하고, 한 기관에 정착했던 시기였다. 그래서 "나 이제 여기만 다니는데..?"라고 말하니 "아!"를 외치더니 여전히 헷갈린다고 하였다. (음.. 프리랜서의 단점일까..?)


요즘은 한 기관에 다니고 있고, 대학원도 수료 상태라 매주 학교를 가고 있지 않다. 그래서 가족들도 헷갈리지 않도록 매주 시간표를 거실에 있는 칠판에 작성해두고 있다. 추가되는 일정은 옆에 따로 적어둔다.

살짝 다사다난한 느낌이지만 나는 이런 방식도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자유로운 출퇴근 시간, 조율이 가능한 시간표. 혹시나 가족들에게 일이 생겨서 급히 와야 하는 상황에도 일정 조율에 대한 부담감이 덜하기 때문인 것 같다.






이 에피소드를 통해 '나라는 사람을 한 단어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떠올랐다. 흔히 별명을 만들 때도 나를 대표하거나, 나의 특징적인 요소와 관련된 단어를 찾기 마련이다. 하지만 직업만으로 나를 정의하기에는 너무나 단편적인 내 모습을 설명하는 것 같아 많이 아쉬움이 남았다. 브런치를 통해 '나'라는 사람에 대해 고민해왔던 이야기를 남기고자 한다. 사람은 여러 특성을 가지고 있고, 반대되는 두 특성을 동시에 가지기도 한다. 또 한 가지의 모습만으로 살아가지도 않는다. 이로 인해 혼란을 겪기도 하고, 고민에 한참 빠지기도 하고, 싫어하기도 한 내 모습을 통해 나와 같은 경험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든든한 공감 친구가 되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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