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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연이랑 Aug 20. 2021

왜 엘리트 교육을 포기하세요?

외고 입시의 문제

어머니 왜 엘리트 교육을 포기하세요? 


학원 선생님은 전화를 걸어 엘리트 교육이라는 다소 낯선  단어를 언급하면서 아이가 학원을 그만두는 것을 막아보려고 하셨다.

    

공부 욕심이 있던 큰아이는 외국어고등학교에 진학해서 자기가 좋아하는 외국어를 더 많이 접해보고 싶어 했다. 그런데 그 당시 외고에 진학하기 위해서  문제가 있어 보이는 외고 입시의 벽을 넘어야 했다.

언어를 좋아하고 잘하는 아이들이 지원하는 줄 알았는데 교과성적은 물론 쉽게 접하기 어려운 단어들을 많이 알고 있어야 했고  수학 및 언어 학습과 관계없는 입학시험도 보아야 했다. 

결국 혼자서 공부해서는 외고에 입학하기 어려워 보였고, 입학 노하우를 알고 방향을 잡고 공부하려면 외고 전문 입시 학원에 등록해야 했다. 

아이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처음으로 학원 문을 두드렸다.    

  

학원에서는 아이의 영어실력을 평가하고 반을 나누어 낯선 단어와 어려운 경제, 정치에 관한 영어 텍스트를 주기도 했다. 영어로 모든 대화가 가능한 아이지만 모르는 단어가 우르르 나오고 그 단어들을 아무 의미 없이 외워야 하는 절차는 아이에게 충격을 주었다. 단어시험을 통과 못해 새벽까지 단어를 학원에서 외우고 나머지를 해야 했다. 

학원 선생님들은 자기 자신에게 열심히 가르치고 감독하는 좋은 선생님이라는 타이틀을 줄 수 있었겠지만, 아이와 우리 가족에게는 저분들이 뭐하시는 건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꾸깃꾸깃 영어단어를 아이들 머릿속에 구겨 넣는 일들을 단지 외고에 합격시키기 위해 하고 있었다. 


학원에서 최상위 반으로 갔지만 아이는 외고를 포기했다. 왜 이런 노력을 하면서 입학시험을 보게 해 놓았는지 무엇을 위한 평가인지 의문이 되었다. 이런 과정을 방관하는 외국어고등학교라는 곳이 과연 제대로 된 교육기관인지 의아했다.      

물론 외고는 그 대단한 단어들을 잘 알고 있으면서 전과목에 능통한 아이들이 선발되어 학교의 명예를 높여주기를 바랄 것이다. 하지만, 입학한 아이들 중 많은 아이들은 학원을 통해 만들어진 능력만을 가지고 이미 준비가 된 아이들과 힘들게 경쟁하는 학교생활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이미 외고라는 곳은 자신의 언어능력을 더 넓히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가서 행복한 공부를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아파트 어디 살아하는 원초적인 질문을 하는 철없는 아이들처럼 외국어 고등학교를 졸업했다는 타이틀을 얻고 좋은 대학이라는 결과만을 얻기 위해 가는 곳이 되어버렸다.     

학원 선생님의 왜 엘리트 교육을 포기하세요?라는 말을 들으니 어쩌면 우리 모두가 어른이 되어도 원초적인 질문밖에 못하는 문화 속에 살고 있어서 외고라는 허영 된 등급 나누기 집단을 만든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저흰 그런 엘리트 교육 필요 없습니다.'라는 말이 입안에서 뒤 굴거리며 나오려고 했지만 이분과 나는 서로의 생각이 다른 것뿐이야 하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결국 나는 '아이가 외고를 안 가고 싶어 한다'  라며 애꿎은 아이의 탓으로 돌리며 외고 입학이 엘리트 교육이라는 공식을 철저히 세우고 계신 학원 선생님께 죄송하다는 표현을 하며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아이는 외고를 포기하고 일반고를 다니다 자퇴를 하고 영어를 집에서 혼자 공부했다. 

그리고, 자신에게 맞는 대학을 찾아서 미국으로 갔다. 

4년 내내 고전만 읽고 토론하고 글 쓰는 대학이다. 이 학교는 아이의 목마름을 채워줄 학교였고, 그래서 아이는 힘든 공부를 잘 이겨냈다. 

우리의 경제사정에 맞게 장학금을 생각하며 고른 학교이기도 했지만, 그 낯선 곳에서 학교 근로와 학업을 병행하면서 공부할 수 있었던 힘은 아마 자신이 고르고 자신이 노력해서 입학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배우는 곳이기 때문이었을 것 같다. 

언어 익히기를 좋아했던 아이는 그 이후에도 프랑스어와 자신이 좋아하는 일어를 능통하게 하며 4개 국어를 하는 아이가 되었다. 한국으로 와서 모두가 가고 싶어 하는 대학원에 입학하여 동양문학을 전공하기도 하였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을 아이들을 통해 다시 배운다. 

특목고를 가야 해. 좋은 대학을 가야만 한다는 강박관념보다 약간만 다르게 생각하면 새로운 길이 보인다. 

결과가 두렵지만 ‘어떻게’라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과정에서 배우는 것들을 소중히 나의 자산으로 삼는 교육은 그 길을 더 분명하게 보게 해준다. 내가 생각하고 고민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남들이 많이 가지 않는 곳이고 실패가 기다리기도 하지만 그 모든 도전이 교육이 되는 세상의 학교는 얼마든지 있다.      

엘리트 교육이며, 영재라는 말이 차고 넘치는 요즘. 

그 단어들은 세상에 도전하고 배우는 과정에서 찾아지는 것임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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