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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마시는 꿈

사순 결심

지난 2월 14일은 발렌타인 데이이자 재의 수요일이었다. 


사랑과 죽음, 꽃과 재, 기쁨과 엄숙함이 어색하게 어울린 날 내게 어색한 지위가 주어졌다.


인성교육원 원장...


어느 신부님께서 갑자기 병원에 입원하게 되셨고, 그분의 빈자리를 누가 채워야 했고, 또 그 빈자리를 같이 사는 신부님이 맡아야 했기에 결국 그의 임무가 내게 떨어졌다.


나비효과라 했던가...나비의 날개짓 한번이 바다 건너 대륙에서 태풍을 몰고 온다는 말. 그렇게 태풍이 몰아쳐 왔다.


그 때문은 아니지만(생각해 보면 아무 연관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이번 사순기간에는 맥주를 안 마시는게 어떨까 싶었다. 


나에게 생명수같은 맥주를 끊다니, 제 정신이 아니거나 큰 상처가 있어서는 아니지만 적어도 너무 좋아하는 것, 없어서 안될 것과 꽃샘하는 거리를 둘 수 있을지 궁금하기는 했다.


열흘째 되는 어젯밤, 꿈에 맥주를 마셨다. 


꿈인줄 알면서도 맥주를 먹으니, 어린이처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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