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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가을의 자히르

#새로운 길, 2024


전주의 한 카페에서 세련된 유리잔에 담긴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어제 브런치에 옮겨 놓은 16년 전의 글을 다시금 읽고 있다. 서울이 아닌 전주, 혼자가 아닌 가족과 함께, 도자기 잔이 아닌 유리잔으로 바뀌었을 뿐, 가을은 여전히 그대로다.


2008년, 파올로 코엘료의 '오 자히르'를 읽던 그때의 내가 여전히 내 안에 있다. 명백한 것, 보이는 것에 대한 집착과 사랑에 대해 고민하던 시절.


지금 나는 키보드를 두드리며 새로운 글을 쓴다.


"주체적인 삶을 위한 기획의 기술“

10월 27, 2024

그 어떤 순간에도 스스로 납득할 수 없는 삶은 살지 마라.



직장 생활을 경험해본 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마주했을 아이러니가 있다. 회사에서는 내 일을 '내 회사'라 생각하고 하라고 말하지만, 정작 우리가 하는 일은 늘 상사의 의도나 조직의 방향과 다를 때가 많다. 이런 순간에 우리는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듣곤 한다. 하지만 주인의식을 갖는다는 것은 참으로 쉽지 않다.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움직여야 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처음엔 이러한 요구들 속에서 혼란을 느낄 수 있다. 어쩌면 '왜 나에게 맞지 않는 일을 해야 하지?'라는 질문이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바로, 진정한 기획은 보편성이 가진 객관성과 내가 가진 주관적 관념 사이의 조화에서 탄생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인생을 설계하는 기획자다. 우리가 하는 일 속에 '나'를 담아내는 것, 그것이 기획이다. 기획은 단순히 일의 계획을 짜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나의 가치관과 관점을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작업이다. 내 의도와 부합하지 않는 일이라도, 그 안에서 내가 주체적으로 만들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내는 것, 그 속에서 나만의 색깔을 덧입히는 것이다.


어쩌면 이는 라떼시절 운운하는 포장마차 고갈비에 소줏잔 기울이던 세대적 낭만을 가진 사람들이 품고 있는 독특한 신념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신념은 단순히 시대적 낭만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현실적인 직장 생활에서도 충분히 유효한 가치이다. 나의 주관이 단단히 서있을 때조차도 객관적인 시각으로 자신을 조율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면, 그 순간은 자신의 삶에서 납득할 수 있는 중요한 한 장면이 된다.


결국, 우리는 의도와 맞지 않는 일을 하면서도 자신을 잃지 않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기획의 본질이며, 우리 모두가 직장 생활 속에서 추구해야 할 궁극적인 목표이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 그것을 위해 나의 일을 주도적으로 만들고 나아갈 때, 우리는 비로소 자신에게 납득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


글을 쓰면서 창밖을 바라본다. 이제는 회사를 떠나 새로운 길을 걷고 있다. 더 많은 고민이 있고, 더 큰 불안도 있지만, 나는 나를 믿기로 했다. 단풍잎이 춤추듯 떨어지는 이번 가을은, 유난히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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