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감정노동(感情勞動, Emotional Labor)
- 자신의 감정과 기분을 통제하여 고객을 언제나 친절하게 대해야만 하는 일.
ex.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의 판매직 사원, 여객기 승무원 등 (출처: 국립국어원 우리말샘)
흔히들 "감정노동자"라고 하면 백화점 판매직 사원, 여객기 승무원, 호텔리어 등을 떠올린다. 그러나 도서관으로 범위를 한정해 보면 자료실 사서, 특히 성인 자료실 사서(a.k.a. 문헌정보실 사서)는 이견 없는 "감정노동자"에 속한다.
2) 협업(協業)
- 많은 노동자들이 협력하여 계획적으로 노동하는 일.
최근 직장에서 협업을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협업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영역이 있는데, 도서관에서는 자료실이 그에 해당한다. 맞다. 도서관에서 협업이 가장 많은 곳은 자료실이다.
일반적으로 공공도서관의 자료실에서는 자료실을 총괄하는 실장 아래 1~3명의 사서들이 함께 일한다. 실장은 주로 "총괄"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므로, 대부분의 실무는 자료실의 둘째(차석), 셋째(삼석), 넷째(사석)들이 담당한다. 그리고 자료실 둘째, 셋째, 넷째들이 담당하는 업무는 다음의 두 갈래로 구분된다.
✔ 대민봉사: 도서대출·반납, 참고봉사, 독서회 운영 등
✔ 도서관리: 추천도서 선정, 연체도서 관리, 도서관리 등
먼저 "대민봉사"에 해당하는 업무들은 모두 자료실을 방문하는 이용자들을 상대하는 업무이고 이 업무들이 바로 감정노동에 해당한다.
두 번째 범주 "도서관리" 범주에 해당하는 업무들은 책을 다루는 업무이자 자료실구성원 모두의 협업이 요구되는 업무다. 자료실에 꽂혀 있는 수만 권의 책을 혼자 관리할 수는 없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위의 업무들에 대해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도서관 사서의 업무"를 떠올리면 으레 저런 업무들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럼 자료실 사서가 수행하는 업무들의 장점을 알아보자.
첫째, 성취감을 즉각적으로 느낄 수 있다.
도서관에 오는 시민들의 요구는 다양하다. 책 찾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사람부터 도서관 인근 맛집을 알려달라는 사람까지... 그리고 대부분의 시민들은 자신의 질문과 요구에 적확한 응답만 해도 고마움을 표시한다. 나의 업무처리에 즉각적인 피드백이 오는 업무라서 그럴까... 자료실에서 일하고 있으면 하루에도 몇 번씩 작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둘째, 책임이 분산된다.
자료실의 도서관리 업무는 자료실 구성원이 모두 함께 하는 협업에 해당한다. 따라서 일이 잘못되더라도 내가 혼자 감당해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서... 일할 때 부담감이 없다.
셋째,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자료실 업무는 다양하다. 위에서 서술하지 않은 자잘한 업무들이 존재한다. 특히 명시하기엔 너무 자잘해서 업무분장에는 없으나 실제로는 행하고 있는 업무들, 마치 집안살림과 같은 일들이 매우 많다. 따라서 자료실에서 1년만 일해보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많은 독자들이 이미 간파했겠지만 자료실 업무의 장단점은 모두 감정노동과 협업이라는 두 가지 특성에 기인한다. 자료실 업무의 단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인이 싫어질 수 있다.
"어질고 예의가 바른 민족,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의 독서가 취미인 지성인(知性人)"
도서관에 오는 시민들이 모두 저러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그러나 의외로(?) 공공도서관 자료실을 방문하는 시민들은 다양하고, 소위 말하는 진상들도 꽤 있다. "대출해 주세요" 말 한마디가 어려운지 대출회원카드를 카운터에 슬쩍 던지는 사람, 보지도 않을 책을 꺼내서 책상에 늘어놓고 몸만 빠져나가는 사람, 자료실에 전화를 걸어, '책을 빌리러 갈 테니 맡아놓아 달라'라고 요구하는 사람 등 굉장한 시민들이 꽤 많다. 그래서... 인류애고 뭐고 간에 일단 한국인이 싫어지기도 한다.
둘째, 동료가 싫어질 수 있다.
늘 그렇듯이 협업을 할 때에는 무임승차자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자료실에서도 마찬가지다. 모든 일이 N분의 1로 분배되지 않는다는 건 알지만, 그런데 왜 하필... 나는 항상 무임승차자와 함께 일하는 것인가. 그리고 왜 나는 그 협업에서 늘 독박을 담당하게 되는 것인가...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한국인이 싫은 게 문제가 아니라 일단 내 동료가 싫어질 수 있다.
셋째, 넓고 얕은 업무에 자괴감이 들 수 있다.
공공도서관의 자료실 업무는 가짓수가 많다. 김밥천국에서 모든 메뉴를 맛있게 조리할 수 없듯이 모든 자료실 업무를 깊이 있게 수행할 수는 없다. 즉, 넓고 얕은 업무를 수행하면서 사서로서 자괴감이 들 수 있다.
그럼 대민봉사와 협업의 협공에도 굴하지 않을 사람들, 자료실 사서로서 시민과의 최접점에서 일하는데 최적인 사람은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을까.
첫째, 다른 사람을 돕는 데서 기쁨을 느끼는 자
자료실 사서는 시민들로부터 아주 단순한 질문을 거듭 받는다 하더라도 짜증을 낼 줄 몰라야 한다. 덧붙여 업무 수행 과정 중, 사서로서의 전문성을 발휘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저 시민의 어려움을 해소했다는 뿌듯함에 즐거울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둘째, 원리원칙보다 인간적인 관계나 상황을 고려하여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자
민원인을 상대할 때 원리원칙을 우선 언급하는 행위는 민원인에 대한 도발에 해당한다. 오히려 솔직 담백한 것보다 민원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척, 연기라도 하는 것이 더 낫다. 그런데 만약 인간적인 관계나 상황을 고려할 줄 아는 융통성을 지닌 사람이라면? 자료실의 민원담당자로서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셋째, 화합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
자료실 업무는 협업의 특성을 가진 경우가 많다. 내 업무과 네 업무의 경계를 확실히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에게 협업은 때에 따라 참을 수 없는 폭력으로 느낄 수 있다. 반면 내가 조금 희생하더라도 팀 안에서 화합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자료실에서 행복하게 일할 수 있다.
INFJ: 이타적 옹호자, 인내심이 많고 통찰력과 직관력이 뛰어나며 화합을 추구하는 유형
성인들을 주로 상대하는 성인자료실(a.k.a. 문헌정보실) 사서는 INFJ 유형의 사람에게 적합하다는 것이 나의 판단이다. 내향적 성향인 I가 살짝 맘에 걸리긴 하지만, 자료실에서는 1대 다수를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1대 1 소통이 많으니까... 그 부분은 걍 눈감아볼까 보다.
<자료실 업무의 부문별 지수>
사서지수 ★★★☆☆
민원접점지수 ★★★★★
야근유발지수 ☆☆☆☆☆
직무스트레스지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