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도서관 서무 업무에는 선택 구성이 존재한다. 즉, 공공도서관에 존재하는 "특별한 명목이 없는 업무"에 "수합의 노가다"만 존재하는 건 아니라는 말이다.
즉, 공공도서관의 자료실에서는 진행할 수 없는 굵직한 사업들... 예를 들어, 1년간 진행해야 하는 독서토론 프로젝트라든가, 수개월 운영해야 하는 인문학 강좌라든가... 품이 많이 드는 장기 프로젝트가 서무 업무의 선택 구성으로 존재한다.
그렇다. 이쯤 되면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다. 서무란 이름에 걸맞지 않은 큰 사업들이 떡하니 들어가 있으니... 공공도서관에서의 서무는 큰 일, 작은 일을 다 해내야 하는 사람들이 되어버린 거다.
그런데 이쯤에서 생각해 보자. 만약, 도서관에 새로이 추진해야 하는 사업이 생기면 어떻게 될까?
최근 도서관에서 새로 추진하는 사업들은 대체적으로 경계가 모호하다. 융합, 하이브리드, 통섭의 도서관이랄까... 최신 트렌드에 민감한 대한민국의 공공도서관답게 새로 도입하는 서비스, 신규 사업들은 대부분 기존의 서비스 카테고리에 꼭 들어맞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이제는 익숙해진 "도서 큐레이션"을 생각해 보자. 과연 "도서 큐레이션"은 전시회인가 정보제공인가. 아리송하다. 그래서 "도서 큐레이션"은 어떤 경우에는 전시회 쪽에 포함되기도, 또 다른 어떤 때에는 정보제공에 포함되기도 한다.)
경계가 모호한 하이브리드 서비스의 출시가 결정된 경우, 많은 사서들은 긴장한다.
그리고 윗분들이 담당자를 지정하기까지... 속 시끄러운 전쟁이 시작된다.
하마평에 오른 일부 사람들은, "내가 그 업무를 부득이 맡을 수 없는 부득이한 사정"을 어필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좀 더 적극적으로 "그 업무는 내 업무의 경계에서 벗어나 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이러한 반응은 비단 사서들만의 것은 아닌 것이... 위험을 회피하고자 하는 성향이 강한 아시아인에,
집단주의적 성향이 강한 대한민국의 조직 구성원이라면... 대부분 비슷한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그런데 이때, 담당자 후보군에 서무가 속해 있다면? 관리자의 선택은 쉬워진다. 많은 관리자가 서무를 선택한다. 왜냐하면 이들은 도서관에서 벌어지는 많은 일들의 정체를 꿰뚫고 있는, 일명 "도서관계의 만능인간"이기 때문이다.
각종 보고자료와 통계자료 작성으로 인해 갖춰진 업무파악능력! 굵직한 사업을 다룰 줄 아는 배포!
섬세함과 추진력을 다 갖춘 자!
업무로 다져져 (원치 않게) 능력이 벌크업 된 서무들은, 또다시 원치 않는, 게다가 레벨까지 업된 업무를 추가로 맡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더 최악의 경우가 남아있다.
만약, 그 누구도 맡고 싶어 하지 않는 업무가 생겨난다면? 엎친 데 덮친 격! 서무들은 또다시 관리자들의 호출을 받게 된다. 만능 재주꾼 서무는 그렇게 갓벽한 직장인이 되어간다.
그럼, 갓벽해야만 하는 공공도서관의 일꾼, "서무"는 누가 맡아야 할까?
일명 "만능 재주꾼"이라고 일컫는 ISTP들이다.
상황을 민감하게 파악하고, 도구를 다루는 뛰어난 능력을 갖춘, 말수가 적고, 사실적 자료를 정리하고 조직하기를 좋아하는 사람!
즉, 눈치가 빠르고, 엑셀과 아래한글을 잘 다루며, 관리자와의 비밀을 누설하지 않고, 온갖 자료 수합을 좋아하는 사람!
딱이다. 이보다 더 찰떡인 경우는 없다.
이에, 많은 ISTP들에게 외치고 싶다. 도서관에 와서 서무에 도전해 보시라!
(내가 ISTP가 아니어서 다행이다.)
<서무 업무의 부문별 지수>
사서지수 ★★★★☆
민원접점지수 ★★★★☆
야근유발지수 ★★★★★
직무스트레스지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