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상(面相)은 흔히 얼굴을 낮잡아 부르는 말처럼 들리지만, 본래의 뜻은 ‘面(얼굴 면)’과 ‘相(모습 상)’ 즉, 사람의 얼굴과 그 속에 비치는 마음의 모습을 뜻한다고 합니다.
세상살이가 힘들다고 느껴지는 순간,
그 대부분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고 합니다.
사람과 사람은 서로 다른 질감의 ‘면’을 지니고 있습니다.
거친 사포 같은 면을 지닌 사람은 작은 부딪힘에도 쉽게 긁히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거친면은 상대방의 부드러운 면을 날카롭게 긁어버리기도 합니다.
반대로 종이처럼 여린 면을 가진 사람은 작은 스침에도 쉽게 자국이 새겨집니다.
인간관계란, 서로 다른 면들이 만나 부딪히고 스쳐 지나가는 과정인듯합니다.
맞닿을 때는 몰랐던 질감도, 스쳐 지나가면 흔적으로 남습니다.
즐겁게 어울린 자리에서조차,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음이 무거워질 때가 있습니다.
“아까 그 말, 조금 심하지 않았나?”
누군가는 그 순간을 오래 곱씹는데 , 말을 던진 당사자는 “나는 별 뜻 없었어”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깁니다.
심리학에서는 부정적인 말 한마디의 영향력은 긍정적인 말 다섯 마디로도 회복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생각해보면, 즐거움보다 상처가 더 선명하게 남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다양한 질감을 경험할 때
은유적 표현으로, 부드러운 감촉에서 편안함을,
거친 질감에서는 긴장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인간관계도 다르지 않은 듯합니다.
사소한 말 한마디, 가벼운 스침조차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되고, 또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흔적으로 남습니다.
나무의 나이테가 세월을 기록하듯,
우리 삶도 사람과의 만남 속에서 무늬가 새겨집니다.
다만 그 무늬는 늘 곱지만은 않습니다.
어떤 건 상처로 남고, 어떤 건 온기로 남습니다.
어쩌면 인간관계란, 매끈한 무늬가 아니라
울퉁불퉁한 인연의 자국을 남기는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흔적이 쌓여, 시간이 흐른 뒤 결국 우리의 ' 면(面) '과 '상(相)'에 드러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