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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까 말까

by 김 정

거지의 딜레마

길에서 만난 걸인이 구걸을 하면, 돈을 주는 나는 덕을 쌓고, 반대로 그가 돈을 받으면 업이 쌓인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른바 '거지의 딜레마'입니다. 줄 것인가, 외면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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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에서는 이러한 행위를 ‘덕(德)’과 ‘업(業)’으로 설명합니다. 주는 이는 탐욕을 버리고 덕을 쌓지만, 받는 이가 그것을 잘 쓰지 못하면 업을 더 짓게 된다는 것이죠.
경제학과 사회학에서도 비슷한 개념이 있는데, 이를 '사마리아인의 딜레마(Samaritan’s dilemma)'라고 합니다. 무조건적인 지원이 결국 상대의 의존을 불러올 위험이 있다는 이론입니다.


주고 받는 관계

비단 길거리 걸인의 구걸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닙니다.
우리 사회는 크든 작든 주고받는 관계 속에 있습니다.

일상에서는 술 한 잔, 밥 한 끼, 커피 한 잔을 누군가에게 건네거나, 반대로 내가 받을 때가 있습니다.
더 크게는 금전적으로 누군가에게 돈을 빌려주거나, 빌리는 경우도 있죠.

물론 모든 주고받는 관계를 덕과 업, 혹은 지원과 의존의 시선으로만 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내가 주는 것이 정말 도움이 되는 걸까?’라는 질문을 던져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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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서 희망으로

그래서 중요한 건 무엇을 주느냐보다, 어떤 마음으로 주느냐일지도 모릅니다.
누군가에게 건네는 한 잔의 커피, 따뜻한 말 한마디, 작은 친절이 그 사람의 하루를 바꾸기도 합니다.
그 순간, 우리는 ‘덕’을 쌓고, 받는 이는 ‘희망’을 얻습니다.

거지의 딜레마가 던지는 질문은 단순히 줄까 말까의 고민이 아니라,
“내가 주는 이 마음이 상대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가” 하는 성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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