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꽃
'영미'가 전국을 휩쓸었습니다.
덩달아 저도 스타가 된 기분이에요.
아, 내 이름이 유명해지다니.
여기저기서 영미마케팅도 떠들썩한 걸 보면 맞는 것 같습니다.
나는 영미입니다
80년대 초반 미영이, 지영이 등과 함께 유행했던 이름.
자라면서 평범하기 그지없는 이 이름이 싫었어요.
특색도 없고 '영자'라고 놀림받는 것도 어린 마음에 상처가 되었거든요.
대체 왜 내 이름은 영미인거야?하며
누가 이름을 지었는가도 부모님께 물어 확인했어요.
영미라는 이름은 할아버지가 지어주셨대요.
언니와 저를 '미'자 돌림으로. 의미없이 그냥 지으신 건 아닌가 의심도 했었어요.
학생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시절에는 꽤나 이름탓을 했어요.
사고 안치고 조용했지만 주목받고 싶은 마음이 있었거든요.
사회생활을 하면서 덜해지긴 했지만 그저 아름답기만한(?) 꽃부리 영(英)에 아름다울 미(美)가 늘 아쉬웠어요.
사람을 많이 만나는 직업 탓에
쉽게 기억되거나 의미있는 이름이고픈 욕심이었던가 싶습니다.
이름에 대한 한으로 아이들은 흔치 않은 이름을 지어 주었어요.
고심하며 지은 덕인지 같은 이름이나 비슷한 이름도 아직 보지 못했어요. 이름이 좋다는 말도 종종 듣구요.
왜 그렇게 이름 탓을 했던가.
어른이라는 타이틀을 달고서도 한참을 그랬어요.
겪지 않아도 될 일을 겪고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을 지나고
현재에 비춰 과거를 돌이켜봅니다.
누구 탓을 하고 원망하고 싫어하는 건
증명하고 싶지만 지극히 낮은 자존감 때문이었어요.
이걸 인정하기까지 참 오래 걸렸습니다.
존재감은 이름 석 자로 채워지지 않는 것임을,
이제 알아요.
그래서인가 불리면서 정든 탓일까
아니면 이제 자존감이 든든해진 덕일까
저를 대신하는 일반명사보다
'영미'라는 고유명사로 불리는 것이 더 좋습니다.
그 동안 아껴주지 못한 나를 오롯이 인정하면서
앞으로도 쭉 자기애가 폭발하는 '영미'로 살아 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