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lorasee 플로라씨 Mar 23. 2019

반짝반짝 빛나는.

전직 14년차 홍보인, 직장인을 거쳐 현재를 살아가는

해를 넘겨 브런치 앱을 열었다.

끄적거리는 건 여전히 위로와 위안을 준다.


겪지 않았으면 좋았을 몇 가지 일을 지나며

나는 또 덤덤하지 못하게 마음에 생채기를 내며 약을 바르며 지내는 중이다.


몇 년 사이 사는 것에 대한 인생관도 바뀌고,

절절하게 열정을 쏟아부었던 일도 그만두고,

내공수련을 하며 사내아이 둘을 보는 주부로, 여전히 미숙한 살림을 챙기며 하고싶은 일 많은 욕심쟁이로 살아가는 중이다.

 

최근 일년간 시도하는 모든 것들은
마음을 다독이는데 필요한 일들이었다.
지금까지도.


오감이 예민하다는 판정(?)을 공식, 비공식적으로 듣고,

인생에 곡절이 생기면서 출렁일 때마다 마음이 얇디 얇은 유리잔 같아지는 걸 느낀다.


그런 나를 단단히 지탱해주는 건 우리집 남자 셋이고,

마음을 다독여주는 데에는 혼자 빠져들 뭔가가 필요했다.


명리, 캔들, 그림, 식물, 빈티지

이해가 되지 않는 인생사는 명리를 공부하며 끄덕여보고,

도무지 잠잠해지지 않는 머릿속은 캔들의 도움을 빌어 명상으로 정리해본다.

그 동안 만들고 태운 캔들. 타들어가는 초를 보고있으면 신기하게도 마음이 느슨해지는 걸 경험한다.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그림 역시 명상하는데 도움을 준다.

넉넉하게 시간잡고 그릴 여유는 없지만 틈틈이 그려두고 나면 나중에 들춰봐도 잠잠해진 마음이 느껴진다.

 

옷차림이 가벼운 계절에는 우리 농장 출신 꽃을 따다 그렸고, 날이 추워지면서는 주변에서 찾아 수채로 그려봤다. 전문가가 아닌 것이 이리 티가 난다.

오랜동안 좋아해온 것들 중에 초록이 있다.

내 지인들은 다 아는 지독한 초록쟁이.

그래서일까, 눈과 코가 즐거워서인가 컨트롤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기면서 집에 식물을 들이기 시작했다.

대단할 것 없는 나의 작은 정원. 쑥쑥 키를 키워내고, 몸집을 단단히해가며 열매까지 맺어주는 아이들이 마냥 고맙다.

그리고, 빈티지는 요즘 내 생활이다.

내 스타일대로 하고 싶었던 시간을 이제서야 찾아가는 중이다.


보물찾기하듯 품고싶은 아이템을 가져와 매치해보고,

누군가에게서 쓰이지 않았을 물건이 내게와 필요로 쓰이고  다시 손을 타고,

많이 사랑받으며 시간의 흐름이 묻은 것에서는 감동과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신기하고 감사하고 그렇다.

 

떼샷.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빠지지 않는 빈티지 아이템 떼샷. 어느새 이십년 가까이 고르고 모으고 만든 것들 중 일부.
아이템을 집 인테리어에 적용해보기도, 십년도 더 전에 유럽 벼룩시장에서 사온 것들을 유용하게 쓴다. 빈티지 아이템엔 제한이 없는데 시계 공부도 해보고싶어 시계알도 열어본다.
성물은 정말 좋은 빈티지 소재다. 마침(?) 모태신앙인 시댁에서 유물급 빈티지를 발굴하는 기쁨이 크다. 동네 빈티지상점이라 쓰고 중고가게라 읽는 곳에서 득템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요즘 나의 소비는

관계맺고 싶은 판매자에게 구매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이미 이런 패턴이 기사화가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아직이라면 이 글을 보시는 기자님께서 기사화해주시면 재밌을 거 같다.


빈티지를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레 세월이 고스란히 묻어나 여기저기가 흠집나고 바로 사용하기 힘든 것들을 본다.


버려지기 아까운 것들이기도

그 세월을 견뎌온 것도 왠지 기특한 마음이 들어 고치고 손봐 다시 쓰여지게 만들고 싶어진다.


(번외 이야기)
아마도 둘째를 낳고 집에서 설핏 잠이 들었을 때,
엄마가 어머님께 하시던 말이 생각난다.
"얘는 쓰레기를 가져다줘도 쓰게끔 만드는 애라서요"
성에 안차게 깔끔치 못한 집을 보며 하신 말인데, 너무 맞아서 그냥 자는 척 했던 것 같다.


그러자면 참 많은 것들을 공부해야해서 하나씩 시도해보는 중이기도 한데,

이런 내 마음과 딱 맞는 곳을 찾아 신이 났다.


송키에서 사기도 하고, 선물(?)받기도 한 빈티지 아이템 떼샷. 어째 구매한 것보다 선물로 온 것이  더 많다. 이 중 절반은 송키 사장님의 손길이 닿아 다시 탄생한 것들.
재탄생한 아이템들- 목걸이 팬던트였던 것을 브로치로, 각각 따로 였던 것을 조합하기도, 목걸이로는 무거운 걸 팔찌로.

아마 10년째 홈페이지로 벤티지 아이템을 선보이시는 것 같다.

뭐랄까 화려하지 않아도 내공이 묻어나는

-온갖 디스플레이와 사진빨로  현혹시키는 셀러들 사이에서-

우직하게 나름의 철학과 기준으로 운영하신다.


긴 인생을 그려보는 요즘

다시 업을 찾아야한다면 나도 이런 소신과 깊이와 추진력으로 길을 만들고 다져보고 싶다.


언제쯤 내공수련이 끝날런지 알 수 없지만.

매거진의 이전글 기다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