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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moiyaru Feb 16. 2024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당신은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
새로운 하루가 시작됨에 행복하다는 느낌을 받나요?

출처 :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1화 | TVING



나의 대답은 NO.


하루하루 주어지는 소중한 인생을 불행하게 느끼며 스스로를 망가트려 가는 자신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이며 누구를 위한 것일까? 왜 나는 스스로의 고통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힘든 환경에 있는 나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것일까?


지금까지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거짓이다. 내 나름대로 노력을 해봤지만 다친 이후로는 노력들 또한 마음처럼 잘 되지 않아 어느 정도 포기를 한 상태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타인이 삶을 통제하고 지휘하도록 두는 것은 스스로 불행을 자초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삶의 희망을 잃었다.

희망이 없는 삶은 무미건조할 뿐이다. 삶의 다양한 색채를 잃고 죽어가는 나무처럼 하나둘 잎이 떨어지고 가지마저 메말라가고 있다. 지금 있는 환경에서 나의 열매를 꽃피울 수 없다면 뿌리를 옮겨야 한다.


머리로는 알고 있다.


누구보다 이 공간을 도망치고 싶었지만, 도망치면 펼쳐질 새로운 정글 같은 삶이 두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이곳을 떠나게 된다면 지금 힘들다고 느끼는 것보다 더한 현실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막연함. 그럼에도 도망치고 싶다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


도망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지금 하는 일이 나에게 전혀 의미가 없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힘들기만 할 뿐 어떠한 즐거움도 보람도 없이 느껴진다. 아마도 이다음에 이어질 일은 적어도 내가 좋아하는 일이면 좋겠다. 힘들어도 배우고 싶고 해보고 싶은 일이기를.


오늘도 평소처럼 늦잠을 자고 어기적거리며 출근을 하고 푸석해진 얼굴로 일을 하는 나는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퇴사를 하고 싶어 하면서도 못했던 이유는 '퇴사하지 못하는 이유'를 뇌에서 찾고 있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반대로 '퇴사를 해야 하는 이유'를 찾기 시작하면 지금 당장이라도 퇴사하지 않을 수가 없을 정도로 반대급부의 이유들이 뇌를 가득 채울 것이다.


닥쳐올 미래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두려워만 한다면 아무런 변화도, 도전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일단 저지르면 길이 보일 수도 있다. 그동안은 불안감 때문에 아무런 행동도 쉽사리 하지 못했지만 싫으면 싫은 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그냥 몸과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하는 것도 인생을 살아가는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그러한 생각들을 하다 보니, 

예전에 봤었던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라는 일본 드라마의 제목이 떠올랐다. 


나는 도망치는 것조차 외부의 시선을 의식해서 내 맘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실 나는 많이 지쳐있기에 퇴사를 한다면 3개월 정도는 아무것도 안 하고 그저 쉬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그렇지만, 실상의 나는 도망치는 것처럼 보이지 않고 싶어 자격증 공부를 하려고 하고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으려 하고, 영어공부를 하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요즘 드는 생각은 퇴사를 한다면 휴대폰을 정지시키고 3개월 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열심히 안 살아보기를 해보고 싶다. 그냥 자고 싶을 자고 먹고 싶을 먹고 움직이고 싶을 움직이며 살아보고 싶다. 무엇보다 남들 이야기를 쉽게 입에 올리는 사람들도 안 만나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수록 내가 점점 스스로 고립되어 가며, 괴짜로 변해가는 건 아닌가 생각이 든다.

한 번도 내 삶을 진정 원하는 대로 살아본 적이 없어서 그런가 이런 선택과 판단이 옳은 것인지 잘 모르겠다. 말 그대로 마음 가는 대로 하고 산다고 해서 그게 좋은 쪽으로만 기능하지 않을 수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인생에 정답은 없는 것인데 말이다.


도망치는 게 부끄럽다는 표현 자체가 어떻게 보면 약간 거슬리기도 한다. 도망친다는 건 부끄러워야만 하는 건가? 싶은 반발심. 어쨌든 나는, 내 속마음은 이곳을 도망치고 싶다. 그리고 새로운 양지바른 토지로 옮겨가 생기를 되찾고 다시 예쁜 열매를 맺고 싶다. 


이제는 그래도 된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주고 싶다. 뭔갈 해도 혹은 안 해도 다 괜찮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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