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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moiyaru Apr 05. 2024

올해 첫 소개팅의 결과

오늘은 지난번에 요동치는 감정으로 써 내려갔던 소개팅이야기에 대한 후기를 써보려 한다.


지난 이야기를 작성한 지 2주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의 시점에서 다시 과거의 글을 찬찬히 다시 읽어보니 누가 봐도 당시에 요동치고 있던 감정선이 느껴져 왔다. 그 당시 내가 얼마나 불안하기도 하고 또 긴장되었는지가 너무나 잘 전달되어 왔다.


불과 2주 전의 이야기이지만, 나에게 2주라는 시간은 마치 2달처럼 길게 느껴졌던 것 같다.

결론부터 먼저 이야기를 하자면, 나는 그분과 연애를 시작했다. 

파릇파릇한 연애의 감정을 키워가고 있는 새싹과도 같은 상태이다.


소개팅 상대방, 이제는 남자친구가 된 그 사람과 2주라는 시간 동안 꽤 많은 것들을 공유하고 꽤 많은 일상을 공유하면서 그의 성향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하게 되었고 그에 따라 내가 느끼던 불안한 감정들은 점차 안정감을 찾게 되었다.


먼저 지난 이야기에 등장했던 '상대방의 무미건조했던 태도'에 대한 부분은 오해가 생길 수밖에 없었던 영역이었는데, 그 이유는 내가 상대방에 대한 배경지식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먼저, 2번만 보고 그만 만나도 될 것 같았던 내 예상과는 다르게 나에게 한번 더 만나보자고 이야기를 했던 그 사람의 속마음은 그 당시 충분히 나를 마음에 들어 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이 부분에 대한 오해를 풀기까지 며칠의 시간이 소요되었는데, 이는 우리 둘을 엮어준, 각각을 오랜 시간 알아왔던 지인이자 주선자 분들의 도움이 크게 발휘했다. 


나는 남자친구의 마음을 오해한 채로 시간을 보내다 주선자와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그때 남자친구의 배경지식을 보다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나의 남자친구는 무려 5년에 가까운 시간을 솔로로 보낸, 이성과 마음을 나눈 경험이 굉장히 오래된 사람이었다. 그러다 보니 여러 면에서 서툰 점이 많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부분이 초반에 뜨뜻미지근했던 반응에 원인이 되는 부분이기도 했다.


비교적 꾸준히 연애를 해온 나의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이성과 대화를 나눠보면 이 사람과 이성적 감정을 키워나갈 수 있는지를 빠르게 구분할 수 있고 상대의 태도며 반응으로 어느 정도 상대방의 감정 치를 읽어낼 수 있었지만, 남자친구는 마치 수년간 얼려져 있던 냉동상태에서 깨어난 지 얼마 안 된 인간처럼 아직은 자신의 감정과 상대의 감정을 캐치하는 부분이 어색하고 서투를 수밖에 없는 상태였던 것이었다.


나보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당연히 경험이 많을 것이고 판단도 빠를 것이라고 내 멋대로 판단한 것은, 나의 오판이었다.


그리고 주선자를 통해 알게 된 평상시의 남자친구의 모습은 내 앞에서와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나는 남자친구가 꽤나 수다스럽고 활발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보다 오랜 시간 남자친구를 알고 지낸 주선자의 말을 빌리면 그는 말이 많은 편이 아니고 과묵하고 표현이 거의 없는 사람에 가깝다고 했다. 


이미 그가 나에게 보여줬던 수많은 모습들에서 관심과 애정을 드러내고 있었다는 것을 이런 대화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이전에는 표현을 안 한다고 생각했던 그의 모습들이 사실은 정반대의 뜻을 품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자 나는 생각을 고쳐먹게 되었다.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기다려주기로 말이다. 그리고 내 마음에 솔직해지기로 했다.


나는 외관적으로나 여러 가지 조건적으로나 남자친구가 마음에 든다. 사실 여태까지 여러 이성들을 소개받기도 하고 자만추로 만나왔지만 이렇게까지 전체적인 면에서 다 마음에 드는 사람은 없었다. 결혼상대로 단연코 이보다 좋은(?) 나와 잘 맞는 사람을 찾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확신이 드는 사람이다.


그래서 이 만남의 결과가 어떻게 되더라도 일단은 무조건 만나봐야 하는 인연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 보니 내 페이스에 상대가 맞추지 못한다고 그것을 강요할 것은 못된다고 생각하여 그를 더 이해하고 도와주고 배려해 줘야겠다고 생각을 바꾸었더니 우리 관계도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이 발전할 수 있었다. 이른 감이 있지만 서로 결혼에 대한 이야기도 나눌 정도로 편안하고 신뢰하는 관계로 발전해나가고 있는데 이런 편안함이 앞으로도 큰 탈없이 지속되길 바랄 뿐이다.


이제 우리의 관계는 불안함 보다는 편안함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나 또한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발맞추며 함께 나아가는 방향으로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예쁜 만남을 계속해 나가고 싶다.


연애를 시작하면서 좋아진 점은, 나의 일상을 공유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것에서 오는 편안함인 것 같다.


마음이 편안해지자 잠도 더 잘 자고 먹는 것도 더 잘 먹고, 평상시 하는 일도 더욱 잘 해내고 있다. 그동안 무기력하게 머물러있던 몸도 다시 일으켜 운동도 다시 시작하고 예쁜 옷도 사 입고 하며 에너지와 생기로 나를 채워나가고 있다. 


서로가 서로의 빈자리를 채워주며 더 완벽한 모습으로 나아가고 있는 매우 바람직한 연애의 모습인 것 같다. 

내 앞에 있는 상대를 당연시하지 않으며 소중히 여기고,  나 또한 나를 더욱 소중히 대하며 이번 연애가 내 인생의 마지막 연애로 종지부를 찍을 수 있도록 이 감정을 소중하게 잘 키워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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