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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moiyaru Apr 12. 2024

결혼 생각이 드는 요즈음

혼자서도 잘 헤쳐온 지난 30여 년의 세월.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것을 혐오할 정도로 싫어하던 나는 원래부터 그런 사람은 아니었다.

여유롭지 못한 가정환경 속에서 살았던 나는 우리 부모의 말과 행동들을 겪으며 그렇게 변하게 되었다.

나를 키웠던 부모는 뭔갈 해주고 나면 거기에 대한 보상과 대가를 바라는 모습을 항상 내비쳤다.

그것은 너무도 더럽고 치사했던 기억들로 내 안에 남아있다.


그래서 나는 학생 때부터 돈에 대해서는 예민하게 굴었다.

언제든 이 가족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비상금을 모으고 치사한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돈을 버는 것에 시간을 많이 쓰며 살았다. 그렇게 남에게 의지하지 않는 법을 20대 전반에 걸쳐 터득한 것 같다.

혼자서 험난한 세상을 헤쳐나간다는 사실 많이 외롭고 힘든 길이었다.


사람들로부터 받는 도움은 결국 값을 치러야 한다는 사실을 어려서부터 알게 된 것이 철이 빨리 든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모든 일에는 명암이 있다. 장점만 있는 것도 없고 단점만 있는 것도 없다.

이제 와서 돌이킬 수 없는 일들을 후회하고 싶지 않다. 그런 힘든 시절을 잘 견뎌냈고 극복해 냈기에 지금 여유로운 마음을 갖고 있는 내가 있다.


그리고 나에게 뿌리 박혀 있는 정신 중 하나가 있다.

나는 적어도 나의 가족에게 나의 고양이에게 치사하고 더러운 꼴을 보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강하다.

내가 사랑하는 존재들을 위해서 나는 더 노력할 것이고 그들을 위해 헌신할 것이다.

핑계 대고 타협하며 그들을 탓하는 말을 하며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며 살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나의 삶에 내가 진정으로 의지할만한 대상은 단연코 "없었다."


부모라는 존재도 지금까지 내가 어떻게 발버둥 치며 살아왔는지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그들의 욕심을 이루기 위해 그저 눈앞에 보이는 '돈이 있는 딸'에게 아무렇지 않게 돈을 요구해 온다.


그들의 그런 모습에 이제 화도 나지 않는다. 인간이라는 이기적 존재의 본연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오는 그 모습이 너무 솔직해서 가끔은 역겨울 때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나는 그들에게 딸이라는 이유로, 나의 희생을 이제는 함부로 주지 않는다.

나의 희생은 그 이상의 가치가 있는 일이기에. 보다 가치 있는 자에게 주어 마땅하다.

그 상대가 없다면 그것은 나 자신이 될 것이다.


그런 나에게 최근에 만나는 남자친구는 어쩌면 내 인생에 처음 만난, 내가 마음 놓고 나의 솔직함을 내비쳐도 나를 이용하려 하지 않고, 나를 의지할 수 있게 만드는 유일무이한 존재인 것 같다.


그는 나에게 무언갈 바라지 않는다. 모습에 진정한 사랑을 느낀다는 어쩌면 내가 가장 바라왔던 사랑의 형태와 모습이 이거였는지 모르겠다. 물론 앞으로 만나는 과정 속에서 바라는 모습이 바뀌었으면 하는 모습이 생겨날 수는 있겠지만 그 과정조차 사랑을 기반으로 한 모습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의 모습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있다 보면 어느새 나 또한 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게 된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그와 함께 나누어도 좋을 만큼 그를 소중한 진심을 나의 진심으로 되돌려주고 싶어 진다.


그래서 결혼이라는 것이 하고 싶어졌다. 이 사람과.

다른 사람이라면 모르겠다. 이 사람과 함께 평생을 해도 좋겠다. 

아니 평생을 함께 하고 싶다.


사람과 평생을 함께한다면 나는 약으로도 치료하지 못한 나의 오래된 병인 불면증을 치료할 있을 것 같다. 실제로 나는 남자친구를 사귀면서부터 불면증을 극복했다. 외줄을 걷듯 불안하던 삶이 안정감을 찾았다.


그는 나에게 그런 존재이다. (없어서는 안 될)

이는 내가 그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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