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moiyaru Jul 12. 2024

고양이와 함께 이사완료



내 인생에 3번째 이사.


1. 처음 오피스텔에 독립을 했을 때.

2. 사택 오피스텔로 이사를 했을 때.

3. 지금의 아파트로 이사를 했을 때.

나는 총 3번의 이사를 겪었다.


물론, 이 수치는 가족과 떨어져 독신으로 혼자 살게 된 이후부터 카운트를 했을 때 이야기이다.


첫 이사 때에는 그저 설렘만 가득했는데 3번이라는 과정 속에서 개인의 짐의 양도 참 많이 늘어났고, 

그리고 사랑하는 식구도 하나 늘었다. (고양이 꾸꾸)





1,2차 이사 때에는 혼자만의 짐만 가지고 나만 이동하면 되었기 때문에 심적인 부담감이 덜했는데 이번 아파트로의 이사는 고양이를 함께 데려가야 하는 것이 굉장히 큰 부담으로 다가왔었다.


고양이를 데리고 이사한 분들의 다양한 후기를 찾아보니 새로운 집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서 이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직후까지 고양이가 혹시라도 이상행동을 보이거나 아프기라도 할까 봐 노심초사하며 지냈던 것 같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 고양이는 역시나 사랑받고 자란 똑똑이 효자냥답게 이사 이틀 만에 바로 새로운 공간에 적응을 해버렸다. 아마도 기존에 사용하던 캣타워나 침구류, 식기류 등을 그대로 가지고 와서 사용했기 때문에 적응력이 빨랐을 수도 있다. 거기에 고양이가 새로운 공간에 혼자 있는 시간이 길면 당연히 힘들어할 거라 생각해서 나 역시도 노력을 했다. 이사가 끝난 후에 2일을 추가로 연차를 쓰고 주말, 평일까지 총 4일 가까이를 새로운 집에서 고양이와 하루종일 있어주려는 노력을 했다.





고양이 꾸꾸는 새로운 공간이 낯설기는 하지만, 그래도 익숙한 집사가 곁에 있어주니 고양이가 순조롭게 안정감을 찾았던 것 같다. 기존에 사용하던 고양이 장난감은 최대한 버리지 않고 활용했다. 적응력을 높이기 위함도 있었지만, 이사를 하면서 여러 비용들로 인한 지출이 많았던 터라 새로운 장난감들로 교체해 주는 것을 조금은 보류하기로 했다. (아직 다 쓸만하기도 하고)





우리 집 거실은 사람 물건 반, 고양이 물건 반으로 구성되어 있다. 고양이와 나는 같이 공생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집안에 고양이를 위한 공간을 충분히 마련해 주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새로운 집으로 이사한 후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 중 하나는 고양이와 내가 모두 심리적 여유가 생겼다는 점이다. 전에 살던 오피스텔은 아무래도 공간이 좁은 데다가 짐은 많다 보니 사실상 짐으로 둘러싸인 곳에 사람과 고양이가 얹혀사는 느낌이었다. 맞통풍도 되지 않는 공간이었어서 답답한 느낌이 강했고, 요리를 해 먹거나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기엔 너무나 비좁은 공간이었다. 좁은 공간에 살아본 적이 없던 나는 처음에는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는데, 1년 2년 시간이 경과하면서 사는 공간이 좁다는 게 얼마나 사람의 시야를, 마음을 좁게 만드는지 절실히 깨달았다.


좁은 공간에 있으면서 몸도 마음도 생각도 좁아지는 그 느낌이 너무 싫어 올해에는 무조건 방이 최소 2개는 있는 곳, 주방이 넓은 곳, 창고가 있는 곳으로 이사하겠다고 결심을 했다. 그렇게 선택한 지금의 집이 너무나 만족스럽다. 시원한 바람도 잘 통하고 바깥 경치도 구경할 수 있는 여유가 있는 내 공간이 생겨 너무나 여유롭고 편안하다.







고양이 또한 새로운 집에 잘 적응을 하고 있다. 이렇게 편안한 모습으로 자는 것을 보고 있으면 새롭게 살 집을 찾고, 이사하는 과정은 무척 고되고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이사하길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고양이는 요 근래 밥을 하도 잘 먹어서 배가 통통해졌다. 그리고 넓어진 방을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에너지를 소모한다. 숨을 곳도 많은 집이기 때문에 숨바꼭질도 자주 한다. 첫 이사를 겪으며 고양이도 무척이나 힘들었을 테지만, 어느 곳에 살던지 나를 믿고 적응해 주고 의지해주는 고양이에게 그저 고맙고, 기특하기가 그지없다.


이번 이사를 통해 매달 지불하게 될 월세와 공과금 등을 생각하면 이전에 비해 거의 2배 정도가 늘어나지만, 이사 후 삶의 질이 높아지고 정신적으로도 쾌적감을 느끼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그 정도의 비용을 지불할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처음으로 부모로부터 독립을 한 뒤, 만나게 된 내 가족. 고양이 꾸꾸.

부모님 집에서 살 때에는 반려동물을 강력하게 반대하는 부모님 때문에 동물을 집에서 키우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동물에 대한 관심도 적었던 것 같다. 그렇게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들다 생각하며 살아오던 나에게 운명처럼, 우연하게 찾아온 반려동물 꾸꾸는 나에게 참 많은 영감을 주는 존재이다. 


이 아이는 나를 강하게 만들기도 하고, 나를 약하게 만들기도 한다.

또,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나는 비로소 있는 그대로의 나로 존재할 수 있게 되었다.


'존재'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면, 가족을 포함한 주변인들과 함께 있을 때 난 항상 마음속 어딘가 불편한 감정을 느끼곤 했다. 그런 자리에서 나는 타인의 표정과 말투, 현장의 분위기를 읽으며 남들이 원해하는 것들을 파악하고 충족시켜줘야 할 것 같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며,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눈치껏 행동하는 사람이었다. 이는 어려서부터 주변 눈치를 보며 자라온 환경에 따른 것으로 추정되는데 주변인들의 말, 표정, 행동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린 지금은 애초에 사람들과 모이는 자리를 피하게 형태로 발전하여 버렸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선호하고 그때가 가장 편하다고 느껴왔다. 그런 나에게 유일하게 같이 있어도 편안할 수 있는 존재가 나타났다고 하면 그것이 바로 고양이 꾸꾸이다. 분명 고양이는 고양이대로 움직이기에 가끔은 사고도 쳐서 신경 쓸 부분이 아예 없다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그것은 고양이는 그저 고양이대로 존재하는 것일 뿐 나에게 무언가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기에 내가 고양이의 눈치를 필요가 없어 불편하지 않았던 것 같다.






고양이 또한 내가 불편하지 않은지 점점 더 편안한 자세와 표정,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세상에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가감 없이 보여줄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것. 이것이 엄청나게 큰 위로가 되는 일이라는 것을 고양이를 키우면서 알아가고 있다. 어려서부터 나는 누군가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혹은 사랑받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왔던 것 같다. 노력을 해야지만 내 존재가 가치 있어진다고 느꼈기에 힘들어도 쉼 없이 달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고양이를 키우면서 나는 그저 나로 존재해도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양이가 나를 바라봐주는 대로 나 스스로를 바라보게 되었다. 그저 나는 나로 존재하며 고양이와 충분한 교감을 하고 있다. 고양이는 나에게 힘들 때는 쉬어가도 된다고, 그냥 그렇게 나답게 살아가는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그리고 그런 나와 함께 살아서 행복하다고 늘 온몸으로 말해주고 있다. 아픈 없이 배부르게 먹고 뛰어놀고 잘 싸며, 내 손이 닿으면 골골송을 불러주고 편안한 모습으로 숙면을 취하는 방식으로 나에게 잘 살고 있다고 고맙다고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이 나에게 그 무엇보다 큰 울림과 감동을 준다. 


고양이 꾸꾸가 주어진 생명이 다할 때까지 자유롭게 또 안전하게 내 공간에서 오래오래 살아주길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매일 아침 고양이 알람이 울린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