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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일 Aug 15. 2024

놓친 기분

 친 것들, 뭐가 있을까? 일도, 약간 바보같이 밝던 마음도, 목적 있던 의지들도, 야무진 척 생활도, 돈도, 가족과의 사랑도, 차분한 취미들도, 공부도, 생각해 보니 많은 것들. 그럼 뭘 잡고 있지? 그저 장난스러운 일상들, 지쳤다는 핑계들, 고칠 의지도 사라진 딴짓하는 버릇들. 아냐 좀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었던 것 같은데.



 설을 보다 서른에 회사를 그만두는 얘기가 나온다. 출판이 몇 년도일까. 괜히 따져 보고 현실 속 내 가능성은 어떤지 짐작해 본다.


 그러거나 말거나 사토코라는 이름의 주인공이 하는 말들은 얼마나 경쾌한지. "왜 그렇게 감정이 없어요?", "리오 씨가 너무 감상적인 거지.", '진지한 대화를 나누려고 했건만 상대를 잘못짚었다. 이런 술주정뱅이!', 조금씩 멀어져 가는 내 주변 말괄량이들을 저쪽에 두고 매일 아침 9시로 맞춰 놓은 동기부여 앱 알림에 기댄다.



 전, 오후, 저녁, 정신없이 바쁜데 지난주 뭐 했는지 기억에 남는 게 없다. 다들 이렇게 사나? 예전 읽었던 책 밑줄 친 문장을 봐도 이젠 별 감흥이 없다. 밑줄 치던 내 모습을 떠올려 본다.


  아무튼, 아무렴, 난 원래, 어쩌라고, 이런 전환이 많이 나오는 소설을 마저 읽으며 이렇게 써도 괜찮구나 안심한다. 쉽게 살고 싶은 마음은 다 똑같겠지. 잘 쓰인 문장들을 보며 애쓴 티를 내는 건 좋지만... 그건 그것 나름대로 답답하다 생각해 버린다. 아, 쇼츠 좀 그만 봐야지.



 서관 소파 옆 꼬마가 책을 읽고 있다. “책을 읽다 배고프신 분들은 3층으로 오세요”, 가도 가도 독특한 도서관의 안내 방송에 꼬마 근처 할머니가 꼬마를 꼬옥 안는다. 괜히 투정하다가 꼬마 보고 풀린 기분에 문득, 왜 내 생활은 껴안지 못할까, 또 하나 놓치기 전 가까스로 붙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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