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각기동대 새 시리즈의 감동을 3D로,「공각기동대 SAC 2045」
2045년엔 무슨 일이 일어날까?
예전 SF 영화를 볼 때마다, "어, 이때 이런 생각을 어떻게 했지?" 하곤 한다.
그렇지, 아이폰, 구글 글래스, 테슬라 모델들의 기원을 새삼 되묻곤 한다.
누군가에겐 가슴 뛰는 애니메이션,
누군가에겐 어렵기만 한 애니메이션,
일본 SF 애니메이션의 대장!, 공각기동대의 새로운 시리즈 「공각기동대: SAC 2045」다.
쉽게 보면 SF 추리물, 어렵게 보면 미래 전후(戰後) 사회의 디스토피아적 시사극이다.
먼저, 쉽게 보자.
2045년,
3차 세계대전과 4차 세계대전 발발 이후, 운석 충돌과 대규모 해킹까지 이어져 전 세계는 공황 상태에 빠진다.
국제 정세와 경제가 혼란한 이때, 정부의 정보기관인 '공안 9과' 요원들이 소집된다.
소집 명목은 국가 안보 위기 대비였지만, 사실은 미국과 일본 간 알력의 희생양이다.
즉, 미국의 국제 위기 대비용 핵심 인재의 충원과 그 사주가 이유다.
소집된 요원들은 정부의 방첩 기관 역할을 톡톡히 했던 최정예 요원들.
건방진 만큼 자신감 가져도 될만한 쿠사나기 모코토 소령의 멤버들이다.
낭중지추라 했던가!
"얘네들이다!" 단번에 인재임을 알아본 일본 총리이자 미국인인 테이트, 미국 정부의 대신 스미스, 그리고 공안 9과장 아라마키의 쿠사나기 일행 회유 작전은 미묘하다.
"이 핵심 인재들을 어떻게 구슬리지"
각 집단 대표들의 고민도 잠시, 이들을 한 데 묶는 사건이 발생한다.
바로 포스트휴먼의 등장이다.
새로운 국면을 맞은 쿠사나기 일행은 지금의 전 세계 대공황 원인으로 지목된 포스트휴먼들을 추적하고 나선다.
포스트휴먼은 미래 사회 인간의 변종이다.
그 이름부터 알 수 있듯, 무감정으로 일관하며 인간을 뛰어넘는 지능과 신체 능력을 지녔다.
차례대로 요주의 포스트휴먼들을 제압하는 쿠사나기 일행,
그러나 무표정했던 포스트휴먼들에게도 사정이 있었으니….
건방진 것 같지만 인정 많은 쿠사나기 일행은 포스트휴먼의 행적을 살피며 수상한 점들을 발견하고,
국면은 점점 포스트휴먼의 검거에서 내막의 조사로 이동한다.
완전 빠져들 때쯤!
마무리되는 시즌1.
다음 시즌이 더욱 기다려지는 이유다.
공각기동대의 여러 시리즈 중 가장 흥미진진하다고 평가받는 SAC 시리즈답게 갈수록 빠져드는 내용 전개가 맘에 든다.
비교적 저예산으로 시작했던 터라 3D 연출에 기대만큼 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지만, 보는 데 무리는 전혀 없다. 오히려 부담스러운 실사화 애니메이션보다 정감 가는 맛이 있다.
그리고, 기존 성우진들의 복귀가 이렇게 반가울 수가.
키세 카즈치카 감독의 ARISE 시리즈에서 전작들과 다른 성우진의 출연에 어색함을 표하던 팬층의 환호가 납득 가는 이유다.
무엇보다, 공각기동대 SAC 시리즈의 원감독 카미야마 켄지와 애플시드의 감독 아라마키 신지의 협작이라는 데 신뢰가 간다.
마치, 영화 「타짜」 후속작을 다른 감독이 아니라 당시 최동훈 감독의 손맛으로 다시 느낄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안도감이랄까.
(물론, 공각기동대가 특정 감독의 전유물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다시,
2045년엔 무슨 일이 일어날까?
적당히 유쾌하고 적당히 어두운 추리물의 서스펜스가 고프다면,
공각기동대, 들어는 봤는데 뭐가 뭔지 궁금하다면,
SF 애니메이션 대작 「공각기동대」의 향수가 그립다면,
쿠사나기 소령과 그 일당의 3D 구현과 재탄생이 궁금하다면,
웃고 넘길 수만은 없는 미래 사회 모습에 잠시 빠져보고 싶다면!
「공각기동대: SAC 2045」 세계로 초대한다.
쉽게도 봤으니, 본문 외 몇 가지 단상.
공각기동대 시리즈 세계관의 전제는 '전뇌'와 '의체'다.
전뇌는 미래 사회 인간의 뇌가 네트워크와 연결됐다는 설정,
의체는 전뇌를 가진 인간의 신체가 사이보그화 됐다는 설정이다.
원작의 이런 구상이 1980년대 후반이라는, 아니 30년이 넘었다는 사실이 무색하게
이미 일론 머스크가 주도하는 '전뇌'사업 뉴럴 링크, 또한 인공 심장과 인공 신체 연구가 한창 가도를 달리고 있다.
특히 일론 머스크의 뉴럴 링크 사업은 생경하기도, 기대되기도, 두렵기도 하다.
매 시리즈마다 사회 이슈를 반영하는 에피소드들 덕에 쉽사리 다음 화, 다음 화가 안 눌린다.
무거운 주제를 다룬 책을 보며 책장을 빠르게 못 넘기는 것과 같다.
본 작품에서도 많은 이슈와 문제의식을 다루고 있는데,
단순 기득권 부패 수준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건을 특정한다.
노인 대상 금융 사기, 불법 노동력 착취, 인민재판(또는 익명 공격), 부패 교사와 청소년 비행까지.
자연 세계에 작용-반작용이 있듯, 사회 면에도 반작용이 있기 마련이다.
사회 문제 틈을 타고 생기는 반사회 행동들을 SF 애니메이션에 걸맞게 구조화하는 것을 보며 켄지 감독의 문제의식을 다시금 느낀다.
또한, 이번 시리즈의 중점적 문제인 포스트휴먼, 이미 많은 작품들에서 주제로 다룬 '포스트휴먼'이다.
과거 미지 세계에 대한 두려움에 인공지능과 포스트휴먼에 대한 작품 내 묘사는 대개 위협적이다.
그러나 최근 포스트휴먼을 다룬 작품들은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인격을 획득할 수 있는지, 인간과 사랑할 수 있는지, 인간이 될 수 있는지가 그것이다.
어쩌면 전뇌와 의체가 일상화된 공각기동대의 2045년 인간에게는 구시대적 질문에 그칠 수도 있겠다.
이외에도 전쟁, 정치, 사법제도, 국제관계 같은 민감한 문제에도 많은 생각거리를 주는 작품이다.
그래서 많은 이슈도 낳는 작품.
쉽게 봐도, 어렵게 봐도 재미있는 작품,
다시, 공각기동대다.
ⓒ 사진, Netfli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