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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소방관 Aug 13. 2021

같이 산다

투덜투덜 냥이 집사의 뜬금없는 단상

귀엽다고만 할 건 아니다.

털도 많이 날리고, 사고도 많이 친다.

산 목숨이니 건강하려면 잘 먹여야 하고,

여차하면 내 몸 아픈 거보다 더 신경 쓰며 병원도 다녀야 한다.


허나, 신기하게도 볼 때마다 안아주고 싶은데 요런 놈들이 가진 매력이 그럴 때가 아닐까 싶다.


몽실몽실한 뱃살 뒤뚱거리며 다가올 때

동그란 눈 크게 뜨고 빤히 볼 때

자는 머리맡에 올라와 그르렁거릴 때

북슬거리는 뽀얀 털 내 다리에 문질 거릴 때

(다리에 뭍은 털은 그렇다 치자)

 그럴 때마다

인간과 다른 생명체가 이리도 귀여울 수 있나 싶다.


어쩌면 할 말은 사람이 다하고,

좋아 죽겠다는 표현도 사람이 다한다.

저놈들 심사를 알 수가 없어 지도 그저 좋은 줄로만 알뿐.


이내 사람만 좋아서 될까 싶어 네놈 좋은 게 뭔가 한참을 물어도 답은 없다. 택배 박스 속에 제 머리 집어넣고 키득거리듯 숨어있는 게 좋을까 싶다가도 금방 실증내고 톨톨톨거리며 멀찌감치 달아난다.


속내 알 수 없으니 매일 그런갑다하고 산다.

다만 퍼뜩 생각 들어 섭섭한 건 살 날이 사람과 달라 먼저 갈 거 떠오르면 그게 못내 울적하다.

그래서 목숨 부지할 동안 잘 먹이고 잘 키우자 한다. 얼마 전 먼저 보낸 딴 놈 생각 자꾸 나기도 하고...

(만수라는 녀석 하늘로 보낸 지 한 달이 다 되었다)


누가 누굴 키우는지 몰겠지만 같이 크자.

네놈이나 나나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게 장땡이니 그것만 잘하고 살자꾸나.

제발 내 스쿠버다이빙 장비만 건드리지 말고.

그렇게 같이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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