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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소방관 Aug 17. 2021

필요할때만 연락해서 부탁을 한다면?

바라는 것 없이 들어줄때가 차라리 편하다

얼마 전 아는 후배가 연락이 왔다. 이런저런 안부를 묻더니 무언가를 좀 도와주었으면 한다는 부탁을 했다. 잠시 생각하다가 얼마든지 도와주겠노라고 말했다. 평소 거의 연락을 하지 않는 후배인데 난 그 녀석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았다. 그 후에 다른 이야기로도 꽤 긴 통화를 했다. 전화를 끊자 아내가 무슨 전화를 그리 오래 하느냐 그리고 부탁을 그리 쉽게 들어주면 어쩌냐고 볼멘소리를 한다.



필요할 때만 연락하는 주위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들에 대한 인식은 그리 좋지 못한 편이다. 마치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만 행동하는 이기적인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간단한 안부를 묻는다든지 친하게 교류하는 사이가 아닌 사람이 대부분일 텐데 데면데면 지내다가 불쑥 연락이 와 아쉬운 말을 하니 난감할 때도 있다. 괜히 주는 거 없이 미워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꼭 그렇게만 볼 일도 아니다. 시선을 부탁하는 사람이 아닌 나의 관점에서 본다면 생각을 달리할 수 있다.



일단 내가 그런 부탁을 들어 줄 능력이 있느냐를 보면 된다. 어쩌면 가장 단순한 문제다. 해줄 수도 없는 일을 부탁한다면 오랜만에 연락을 해온 것은 별개의 문제로 그냥 못한다고 하면 될 일이다. 반대로 해결 능력이 있다면? 선택의 문제겠지만 피해 볼 상황이 아니라면 못 들어줄 것도 없지 않겠는가? 시원하게는 아니더라도 숙고해 볼 일이다. 간단할 수도 있고 복잡할 수도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오랜만에 연락 와서'라는 것이 전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해결할 수 있는가를 먼저 보자는 것이다.



협상의 기지를 발휘할 수도 있겠다. 아쉬운 것은 부탁하는 쪽이니 역 제안을 통해 이득을 꾀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옹졸함이 아니다. 대화의 묘를 살려 서로의 합이 맞는 상황을 만든다면 얼마든지 윈-윈 할 수도 있는 일이다. '때마침 나도 00가 필요했는데 그럼 내가 그것을 들어줄 테니 넌 내 부탁 좀 해결해 줄래?' 이런 말이 뭐 그리 어렵겠는가? 거절의 표현으로 쓸 일은 아니다. 심술부릴 일도 아니고 사실에 입각해서 서로 도움 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면 된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말하자면 '선한 영향력'이다. 앞서 말했듯이 해결 능력만 있다면 착한 마음 실컷 발휘해 보자. 하지만 무엇을 바라지는 말자. 자랑할 것은 아니지만 난 주로 이렇게 대응한다. 내가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면 정황을 잠시 고민해 보고 어지간하면 승낙한다. 단, 다른 무언가를 바라지 않는다. 진심만 알아주면 될 일이다. 나를 통해 이득만 취한다는 생각을 미리 할 필요도 없다. 말 그대로 '선한' 마음 보여준다고 생각하면 나에게도 감사한 일이다.



결국 관점의 차이다. '필요할 때'만이 아니라 '필요한 것'이 있으니 나에게 연락이 왔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 필요한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내게 있다는 것이 오히려 나를 즐겁게 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런 나를 찾아 준 것을 감사히도 여겨보자. 그렇게 내가 베푸는 인정이 타인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것으로 족하면 된다. 무조건 다 들어주자는 말은 아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내가 해결할 능력이 되는가를 충분히 고려해야 하고 더 나아가 자신에게 크게 손해가 돌아올 만한 일을 냅다 해준다고 할 것은 아니란 말이다.



인간관계라는 것이 그런 게 아니겠는가? 어차피 자신의 이득을 우선순위에 두고 삶을 살아간다. 그게 꼭 타인의 손해를 전제로 하지는 않을 것이다. 돌고 도는 것이고, 상부상조하는 것이다. 득(得)을 먼저 보지 말고 선(善)과 나눔의 마음이 우선된다면 좋겠다 싶다. 냉정하게 분석하되 따뜻하게 결정하자. 부정을 먼저 보지 말고 긍정을 앞서 놓고 보자. 분명 나누면 더 크게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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