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엄이우주 May 25. 2024

컴퓨터 공학과는 정말 I, 아싸들의 모임일까...?

내가 인싸, E인 줄 몰랐어...

이번 학기에는 전공 관련 수업만 듣고 있어 같이 수업을 듣는 사람들이 다 같은 과 학생들이다. 저번 학기에 들었던 통계학 수업은 컴퓨터 전공뿐만 아니라 다른 전공에서도 필수 과목이었기에 타 전공자들도 많았고 특히 간호과 학생들이 많았다. 통계학 수업에서 선생님은 종종 무작위로 사람들을 나눠 조별로 문제풀이를 시키곤 했는데 그때마다 느꼈던 게 있다.


조에 컴퓨터 공부하는 애들만 있으면 아무도 말을 안 한다.(나 포함...) 딱히 누가 나서서 '같이 해보자!' 하는 것도 없고 선생님이 조별로 모이라고 하니까 일단 모이긴 했지만 문제 각자 푼다. 심지어 어떤 애는 다른 사람들과 모이지도 않고 혼자 덩그러니 앉아있기에 선생님이 뭐라 하니 자긴 그냥 혼자 푸는 게 편하다고 조별 모임을 거부했다.


하지만 간호학과 친구들은 달랐다. 조 안에 한 명이라도 간호학과가 있으면 그 친구가 먼저 나서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의견을 제시했다. 이런 차이점을 보고 있자니 재밌기도 하고 컴퓨터 전공하는 애들은 정말 다 나 같은 애들인가 봐...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요즘에 전공 수업을 들으면서 컴퓨터 전공생들이 해도 해도 너무 하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수업시간에 아무도 선생님의 질문에 대답을 안 한다. 특히 10대나 20대 사람들이 제일 심하다. 우리 학교는 특성상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여있어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도 있다. 근데 어쩌다 대답하는 사람들을 보면 나를 포함해 다 나이가 있는 사람들이다. 10대나 20대 아이들은 대답을 안 한다. 정말 안 한다. 질문도 안 하고 선생님한테 인사도 안 한다. 어떤 날은 나 혼자 대답해서 선생님이 나만 쳐다보시며 질문한다. 그래서... 내성적이고 주목받기 힘들어하는 나에겐 살짝 벅차다.


학생들의 복장도 조금 의아하다. 학교에 누가 봐도 잠옷을 입고 온다. 내가 꼰대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나도  청바지에 티셔츠 입고 학교 가긴 하지만 깔끔하게는 입고 가는데 저건 정말 침대에서 바로 튀어나온듯한 잠옷이다.  저런 옷을 입고 집 밖으로 나오고 싶은 게 신기하다.


다른 대학에서 조교로 일했을 때 교수들이 코로나 이후 학생들의 사회성이 현저히 떨어진 게 실감 난다고 했던 게 기억났다. 몇 년간 사람들과 교류 없이 온라인으로 혼자 강의를 들어 그런 거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잠옷을 입고 수업에 오거나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애들이 많다는 거다.


우리 과 선생님도 학기 초반부터 계속 Soft skill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계신다. 취업할 때 보면 코딩을 잘 짜는 애들보다 성격 좋은 애들이 더 좋은 곳에 취업된다고 한다. 매년 몇몇 기업에서 졸업생들을 채용하러 학교를 오는데 그럴 때마다 코딩 잘 짜는 애들이 아니라 코딩 수준은 그만그만 하지만 성격이 좋은 아이들을 먼저 데려가 궁금해서 이유를 물어보았다고 한다. 그러자 하는 말이 코딩은 가르칠 수 있지만 성격은 가르쳐서 고칠 수 없다고 했단다.


난 내가 사교성 떨어지는 극 I인 줄 알았는데 여기 와보니 완전 인싸... EEEE다.  





작가의 이전글 코딩 배우지 마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