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저는요?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사담을 하시다가 엔디비아(NVIDIA) CEO인 젠슨 황이 프로그래밍 공부를 하지 말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선생님은 AI에 들어가는 칩을 만드는 회사의 사장이니 할 수 있는 소리라고 하셨지만 사실 AI 때문에 프로그래머들이 잘리는 일은 이미 일어나고 있다.
캐나다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는 지인도 ChatGPT 때문에 직장을 잃었다며... 나보고 코딩 공부하는 걸 재고해 보라 했다. 자기가 졸업한 캐나다 학교에서 지금 컴공과 졸업한 후배들도 취업을 못하고 있단다.
내가 이 학교에 입학하기 전, 또 입학하고 나서도 재차 확인했던 게 취업률이다. 일단 우리 학교는 졸업하면 어딘가에는 취업은 되는 것 같다. 내가 입학하기 바로 전에 졸업했던 사람들도 다 취업을 했다. 어디 어디 취업했는지 증거도 보여주셨는데 내가 보기엔 다 괜찮은 곳이었다.
그래도 걱정은 돼서 저분이 정확히 무슨 말을 한 건지 찾아봤다. 세계정부 정상회의(World Government Summit)에서 했던 말인데, 자기가 만약 지금 공부를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컴퓨터 사이언스를 공부하지 않고 생명공학을 공부하겠다, 모든 사람들이 다 코딩을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미국 노동통계국(Bureau of Labor Statistics)에서도 컴퓨터 프로그래머의 전망을 매~우, 아~주 어두운 -11% 로 보고 있다.
근데 그래도 나는 계속 공부해 보련다. 사실 난 그냥 알바나 사무직처럼 큰 책임감이 없는 일을 하며 먹고 살 생각이었다. 한국에서 음대 졸업하고 27살에 미국으로 이민 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거나 마트 점원도 하고 공부 시작하기 바로 전에는 대학에서 조교로 일하고 있었다. 근데, 다 쉽지 않았다. 힘들었다.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무슨 일을 해도 다 힘들 거면 이왕이면 좀 더 간지 나고 의미 있는 일을 하자. 그래서 컴퓨터 공부를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이유도 있다. 젠슨 황이 한 말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이런 말도 했다.
It is our job to create computing technology such that nobody has to program.
(누구도 프로그래밍할 필요가 없는 컴퓨팅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입니다.)
여기서 나는 그'우리'가 되면 되는 것이다. 프로그래밍할 필요가 없는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들도 결국은 프로그래밍으로 그걸 개발할 거니까. 그리고 미국 노동통계국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의 전망은 -11% 로 보고 있지만 소프트웨어 디벨로퍼의 전망은 무지막지한 25%로 보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일단 계속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