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점심여행

미국인턴의 점심시간

by 세림

귀를 찌르는 오전 11시 26분에 종소리, 나는 회사에서 울려퍼지는 종소리가 별로다. 마치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장교 아버지의 피리소리에 맞춰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여야하는 아이들 같아서 별로다. 그럼에도 다행인건 그 종소리가 나를 향해 울리는 게 아니라서 안도를 해본다. 그렇게 한차례 귀를 찌르는 소리를 듣고나면 나의 점심시간이 찾아온다. 이전에는 부서 사람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했는데 이제는 혼자 먹는다. 왜 공짜밥을 거부하고 번거롭게 도시락을 싸냐고 묻는다면.. 글쎄 식사를 하고싶어서 이다. 진짜 식사를. 떠오르는 부정을 뒤로한채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나의 점심여행을 좀 소개해보려 한다.


나의 점심여행 도착지는 "나의 오랜 친구 같은 공간, 교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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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회사에서 부터 차로 6분 거리에 있다. 오고 가기 아주 적절한 거리이다. 그리고 미국에 있는 교회는 아무리 한인교회라고 해도 한국 교회와는 문화가 달라서 주중에는 특히 점심에는 교회에 사람들이 없다.


나의 점심여행 동반자는 "점심시간을 행복하게 해주는 친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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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여행 동반자 섭외완료


그렇게 시작된 나의 다채롭고 풍성해진 점심메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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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점심여행은 "달콤한 낮잠"도 잘 수 있다.

밥보다는 잠이 더 고픈 날에는 십자가 밑에서 시원한 바람을 쐬며 20분 정도 낮잠을 잔다. 낯선 곳에 가면 잠도 못자는 내가 교회에서 그렇게 편안히 잘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어느 정도냐면 한국에서 수련회를 가면 그 공간이 너무 싫어서 그래도 나를 안심하게 만들어주는 언니 이불 끝자락을 꼭 잡고 잤었다. 이건 내가 성인이 되고 나서 이야기다. 그 정도로 낯선 곳의 경계가 심한 나인데 나에게 교회가 편해서 일까? 아님 교회가 내게 편안함을 주어서 일까? 20분 가량의 낮잠이 그렇게 달콤할 수가 없다.


KakaoTalk_20230808_153252245.jpg 어쩌면 아무도 오지 않을 거라는 확신때문에 편안한 걸 수도 있다.


나의 점심여행은 "나를 숨쉬게" 해준다.


내가 먹고 난 자리만 뒷정리할 수있다면, 내가 누운 자리만 깨끗이 할 수 있다면, 나의 행동으로 다음 사람이 불편하지만 않다면 나는 그 안에서 노래도 부를 수 있었고 기도도 할 수 있었고 눈을 부칠 수 있었다. 내가 하고 싶었던 작은 것들이 모여 그 한 시간 남짓한 시간에서 나는 자유함을 느끼며 풍성한 점심시간을 누릴 수 있게 해주었다.


그렇게 12시 20분 되면 마치 12시 종소리에 놀라 달아나는 신데렐라처럼 나는 양태를 찾아 올라탄다.


꿈 같던 나의 점심여행을 끝마치며 행복하게 해주는 노래 한 곡을 들으며 다시 회사로 돌아간다.


양태야 가자.!

참고로 얘가 내 친구 양태다. 궁댕이가 이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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