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 다니던 시절 6년 동안 내가 제일 해보고 싶었던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반장', 신은 내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공부를 잘해야 하거나, 교우관계가 좋거나 뭐 하나 똑 떨어지게 '반장의 자격'에 미치지 못했다. 나의 능력이나 노력은 7인데 늘 10을 원했기에 이따금 스스로를 자책하며 끌어내렸다. 순한 양처럼 온순하고, 고분해 보였던 나는 심한 열등감을 느끼며 마음속에 불꽃을 만들고 있었다.
그 불꽃은 줄곧 체육이나 음악, 미술시간에 빛을 발하곤 했다. 4학년 체육시간, 편을 나누어 피구시합을 했다. 공을 맞은 친구들이 하나, 둘 나갈 때마다 나의 긴장감은 극에 달했다. '끝까지 살아남아. 우리 편을 이기게 만들자.' 어린 마음의 불꽃은 그렇게 '승리'를 꿈꾸고 있었다. 어느새 상대편은 남자아이 1명, 우리 편은 나와 여자친구 2명만이 남아있었다. 남자아이의 던지는 파워가 너무 세서 온몸이 진동벨처럼 떨렸다. 그 친구는 내 옆의 여자친구를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더니 사정없이 공을 던졌다. "퍽!" 소리와 함께 친구 머리가 흔들리고 있었다. 공은 하늘로 높게 솟아올랐고, 나는 힘껏 점프해 그 공을 낚아챘다. 숨도 쉬지 않고 상대편 남자아이에게 힘껏 던졌다.
결과는 상대편 승리(공에 맞는 최후를 맞이했다 흑흑) 이후 신기하게도 나는 운동 잘하는 '슈퍼맨'이 되었다. 불꽃이 만든 집념이 기적을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처음 깨닫는 순간이었다. 내 안의 열등감은 무언가를 더 열심히 하게 만들었다. 새로 시작하거나 도전하려 할 때 출발선에 서도록 이끌어줬다. 안될 거 같아도 여러 번 물고 늘어지게 하는 고집도 만들어줬다.
내 안의 열등감
내 안의 질투심
내 안의 상실감
내 안의 두려움
내 안의 우울감
바닥을 치다가도 출발선에 나를 옮겨준 어두운 색의 다양한 생각과 감정들. 나뭇잎을 뒤흔드는 바람과 같은 그것들은 흔들리게는 할 수 있어도 꺾지는 못한다. 조금은 비장하고, 때론 과하게 진지한 내 인생. 어쩌면 출발선에 가기 전까지의 모든 경험과 남은 감정이 만든 산물일지도 모른다. 그 어떤 것이든 나를 출발하게 만드는 모든 것들에 경의를 표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