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ADHD에 가까운 부산스러움에 하얗게 까먹기 일쑤인 내가 듣는 애정 담긴 핀잔. 백 마디 칭찬보다 멘토의 이 한마디에 오기가 생긴다. 신기한 건 그 한마디에 미루고 미루던 패러다임을 단숨에 뒤집는 묘기를 부린다.
나를 애정하는 이만 아는 마법의 한 마디. 다만 누가 어떤 향기를 뿜으며 말해주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믿고 따르는 이 가 이야기해 준다면 묵은 때 벗겨주는 느낌이 들다가도 예상치 못한 인물이 이야기하면 '네가 뭔데?'라는 15살 사춘기 반항심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래도 내게 필요한 사이다 한마디.
"낭중지추"
6개월의 중앙경찰학교 생활을 마치고 발령받은 부임지에서 1년 정도 일했을 때였다. 에너지 넘치는 선배님은 더 에너지 넘치는 후배를 보며 흐뭇해하셨다. 아마 그날도 업무에 몰입 중이었을 것이다. 선배가 갑자기 "미영이를 보면 떠오르는 사자성어가 있어. 바로 낭중지추." 조용히 일을 해도 저절로 드러난다며 초심을 잃지 말라고 하셨다.
그렇게 17년이 지났다. 그때의 열정과 또 다른 결의 열정으로 살고 있는 나는 적어도 그 선배님의 칭찬을 잊지 않고 있다.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나는 생각보다 더 대단한 존재인 것을 잊지 않고 이겨냈다. 잠시 힘든 일이 생기더라도 내가 결국 일어날 것을 그 선배는 알았던 걸까?
"김미영 사랑해. 미영아 사랑해."
다행스럽게도 짝꿍은 종종 김미영에게 사랑한다고 말한다. 따뜻하게 안아주기도 하며, 애정이 듬뿍 담긴 입술을 쭈욱 내밀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응!"이라는 대답을 더 자주 하는 거 보면 전생에 무뚝뚝한 장군이었을지도. 요즘은 거울을 보며 연습한다. 거울 속에 비친 나를 보며 "미영아. 사랑해!" 쑥스러우면 윙크를 날린다. 하면 할수록 마음이 뜨거워졌다.
'사랑'이란 단어가 익숙해지니 짝꿍에 대한 표현도 자연스러워졌다. 미안한 일이 생기면 "사랑해!"로 얼버무릴 정도로 말이다. 사랑의 힘으로 미움도 소멸시키고, 슬픔도 벗어버린다. 나를 사랑하고, 너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살아가면서 별 얘기 아닌 것 같은 한 마디가 나를 살리기도 한다. 때론 넘어진 자를 다시 일으켜 세워준다. 감정이 바닥을 치려할 때 손을 내밀어준다. 스스로에게 말을 걸어 어둠 속에서 나오게도 할 수도 있다. 함께 나누면 나눌수록 그 힘은 더욱 커진다.
다양한 군것질 거리가 들어있는 종합선물세트처럼 상자 안에 상대방이 원하는 '예쁜 말들'을 담아보자. 사랑하는 이들을 만날 때마다 그 상자를 나눠주자.
"오늘따라 우리 남편 되게 멋지네."
이 말 한마디가 오늘 하루종일 행복을 선물하지 않겠는가.(이 사람 뭐 잘못한거 있나? 잠시 생각할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