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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여 Aug 23. 2023

재즈드러머가 써보는 드럼이야기

3. Rag time - New Orleans 이야기

Chapter 1. Ragtime (1900- )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생각하는 재즈의 시대는 19세기말 미국 중남부 루지애이나 주의 항구도시 뉴올리언스에서 벌어진 일련의 역사적 사건들이다. 운명적이고도 우연적 사건으로 재즈의 초창기 역사가 시작되는 과정은 인문학적으로나 문화사적으로도 흥미롭다. 재즈가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시대적 공간이니 만큼 뉴올리언스는 미국 땅을 한 번도 밟아보지 않은 재즈팬에게 알 수 없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이름이다. 뉴올리언스 재즈 이야기는 너무 많은 재즈 역사서나 매체에서 다뤄진 만큼 그 배경을 모두 다시 언급하기보다는 드러머에게 국한되어 벌어진 몇 가지 흥미로운 역사적 사실에 집중해볼까 한다. 

19세기 후반의 뉴올리언스는 미시시피강이 끝나는 미국 중남부의  최대 항구도시로 다양한 국적과 신분의 사람들이 살아가던 곳이었다.


4년간 수많은 사상자를 발생하고 종료된 남북전쟁 이후, 미국은 어느 정도의 국가적 정비를 갖추자마자 쿠바 식민지배권을 차지하기 위해 미국 - 스페인 전쟁을 일으켰고 승리했다. 승리의 대가로 미국이 얻은 결실은 상당했다. 쿠바, 필리핀, 푸에르토리코 등의 영토를 손에 거머쥐게 된 미국은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까지 가파른 성장을 향해 달려갈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당시, 뉴올리언스는 미국의 해군사령부가 위치하고 있던 군사기지였기에 안전한 무역이 보장되는 무역항으로 멕시코만의 중심이었다. 내륙으로는 북으로 길게 뻗은 미시시피 상류와 연결되었고 여러 나라의 국경이 접하고 있는 지리적 요충지였다. 영국출신 백인, 프랑스출신 백인, 스페인 출신 백인, 자유를 회복한 노예 출신 흑인, 흑인과 백인의 혼혈인 크레올들이 얽히고설키는 운명의 용광로 멜팅팟(Melting Pot)의 시작이었다. 


미국-스페인 전쟁 이후 뉴올리언스에서는 더 이상 전쟁의 그림자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시끄러웠던 쿠바 문제도 해결되었고 멕시코도 잠잠했다. 평화는 계속될 것 같았다. 이런 평화의 시기에 군인들은 더 이상 월급을 주지 못하는 군대를 떠나 새로운 직장을 구해야만 했다. 그런 군인들 중에서도 사기 진작을 위해 활용된 군악대 출신의 군인들은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만 했다. 다행히도 그들은 멕시코만의 잘 나가는 항구도시 뉴올리언스에 살고 있었다. 

 

평화가 찾아오자 경제활동에 집중한 시민들 덕분에 뉴올리언스는 곧 풍요와 향락에 젖어들었다. 여기저기 파티가 열렸고 창녀들과 포주들이 스토리빌 (Storyville)을 메웠다. 파티에 음악이 빠질 수 없다. 마칭밴드 출신 뮤지션들은 실내에서 벌어지는 파티와 행사를 음악을 연주를 위한 밴드에 고용되기 시작했다. 춤을 춰야 하는 음악에 흥을 돋워주는 타악기가 빠질 수 없다. 하지만 음악에 어울리는 소리를 만들기 위해서 여러 명의 타악주자를 고용해야 했던 당시 실내악단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돈을 더 벌려면 머릿수를 줄여야 한다."  


실내악단의 머릿수를 줄이기 위한 첫 번째 고려대상은 타악기 주자들이었다. 실내악단 리더의 고민 덕분이었는지 당장 목이날아가게 생긴 타악주자들의 고민 덕분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절묘한 해결책을 찾게 되었다.  바로 큰북을 발로 연주하는 페달을 고안한 것이다!

루드윅(William F. Ludwig)이 고안하여 상용화된 드럼 페달 

드럼 페달의 개발로 두 사람이 나눠서 연주해야 할 부분을 한 사람이 연주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의자에 앉아 오른발로 페달을 밟으며 큰북을 울리고 양손으로 작은북을 연주하는 스타일이 최초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 당시 앉아서 타악기를 연주하는 것은 보기 드문 장면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앉아서 연주하는 드러머에게 싯다운 드러머 (Sit down Drummer)라는 이름까지 붙였다. 큰 북을 바닥에 놓고 발로 연주하는 테크닉이 유행하기 시작하자 드러머들은 좀 더 다양한 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넓은 큰 북의 표면에 이런저런 액세서리들을 하나씩 부착하기 시작한 것이다. 높은 음정의 쇳소리가 나는 심벌들, 작은북에 비해 부드러운 질감의 소리를 내는 차이니스 탐(Chinese Tom), 가축을 키울 때 사용하던 카우벨(Cow Bell), 트라이앵글도 당시에 애용되던 액세서리였다. 

Ludwig Drum  set with traps, 1919

이 당시 드러머들의 대다수는 군악대나 마칭밴드 스타일의 음악을 연주했기 때문에 작은북(=Snare drum, 스네어 드럼)으로 행진곡 리듬을 치며 큰북을 쿵쿵 연주했고 거기에 곡의 시작이나 끝, 특정 부분에 액세서리 악기를 연주해 컬러를 입히는 방식의 연주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큰북은 콘트라베이스의 저음과 조응했고, 스네어는 멜로디악기들의 음정과 세기에 반응해 노래의 흥을 돋우며 운동감을 지속시키는 뉴올리언스 스타일 드러밍 스타일이 이렇게 자리 시작 되었다.


Tony  Spargo (1897 - 1969) 

뉴올리언스 출신의 드러머. 시칠리아 출신의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토니 스파르 고는 래그타임과 뉴올리언스 스타일을 연결하는 중요한 드러머로 평가받는다. 토니 스파르고의 연주스타일을 들어보기 위해 그가 오랫동안 몸담았던 Original Dixieland Jass Band의 One-Step이라는 곡을 들어보기 바란다. 

Original Dixieland Jass Band

유튜브 음원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mW7rldvqN1w

당시 드러머들이 가장 관심 있었던 테크닉적인 실험은 발과 손을 분리해서 효과적인 리듬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사지분리(four way independence)에 대한 연구가 막 시작되는 시기였기 때문에 아직은 구체적인 리듬패턴의 형태가 등장하지는 않는다. 토니 스파르고 역시 특정 악센트에 베이스 드럼을 강조해서 연주하는 방식을 선보인다. 


Chapter 2. New Orleans Style (1910- )


자유분방한 뉴올리언스의 드러머들은 마칭밴드의 절도 있는 리듬을 보다 위트 있고 부드럽게 연주하길 원했다.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딱딱한 리듬이 아닌 좀 더 느슨하게 구르는 느낌을 연주하려는 시도에서 뉴올리언스 스타일 드럼연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 새로운 스타일은 사실 아프로 - 쿠반 출신의 흑인 연주자들이 가지고 있는 음악적 개성에서도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당시 드럼 연주 스타일은 장르에 따른 정립이 이루어지기 전이므로 드러머들만의 개성이 뚜렷했고 그중 두각을 드러낸 몇 명의 스타일은 현대 재즈드럼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고 볼 수 있다. 



Warren "Baby" Dodds (1898 - 1959) 

뉴올리언스 스타일을 대표하는 드러머 베이비 닷은 모든 재즈드러머의 아버지, 실상은 모든 드러머의 조상님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정립한 스타일이 드럼 연주기법의 원조가 되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솔로연주자와 즉흥적인 음악적인 대화를 시도하는 즉흥적인 반주 스타일로 실질적인 '재즈' 드러머라고 부를 수 있다. 게다가 솔로 구절과 구절 사이를 채우는 드럼 브레이크를 연주한 최초의 드러머 이기도 하다. 브레이크 연주기법은 훗날 재즈음악에 드럼 솔로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발전하기도 했다. 여러모로 천재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던 베이비 닷은 1916년 뉴올리언스의 거리밴드에서 연주생활을 시작해 1950년대 까지 연주경력을 이어왔으며 루이스 암스트롱, 제리 롤 모튼과 같은 유명 재즈뮤지션의 밴드에서 활동하면서 수많은 드러머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그는 특히 딱딱하게 연주되던 전통 마칭밴드의 롤 연주에서 공간을 부드럽게 메꾸는 연주스타일로 각광을 받았다. 이 사운드는 훗날 라이드 심벌 연주의 핵심 사운드로 발전되어 지금까지 전통재즈를 상징하는 그루브의 효시가 되었다. 


베이비닷 드럼연주는 멜로디적이면서도 음색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했다. 그의 연주스타일을 제리 롤 모톤 밴드의 'Billy Goat Stomp'란 곡에서 주의 깊게 들어보길 바란다. 

루이스 암스트롱의 센터 본능. 당시의 아이돌 같은 존재였다. 

유튜브 음원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foYcG3BUb9k


자. 이제 드럼의 시조새들을 만나보았다. 전후 미국의 엄청난 경제성장과 맞물려 신대륙에 새로운 문화의 꽃이 피었다. 저 남부, 덥고 습하고 찐득한 뉴올리언스에서 흑인 노예출신 청년, 유럽의 가난한 이주민 출신 청년, 크레올 청년들이 앞다투어 이 새로운 음악을 습득하고 연주하기 위해 뛰어들었다. 한낱 지역음악 스타일에 지나지 않았던 음악, Jazz 혹은 Jass는 미국의 남북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강 미시시피를 따라 위로 위로 진격한다. 다음화에서는 빠른 속도로 발전되기 시작하는 재즈음악씬에서 활약한 새로운 드러머들을 만나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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