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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마스테 Aug 07. 2020

과학상식을 일상 언어로 풀다

열두 발자국, 정재승

몇 년 전 김영하와 유시민 작가 때문에 보게 된 알쓸신잡에서 정재승 물리학자를 처음 보았다. 알쓸신잡에서는 똑똑한 독서법, 초당 순두부, 첨성대, 커피 등 쓸데없을 것 만 같은 지식들이 무궁무진한 끊임없는 수다의 레퍼토리들로 이어진다.. 쓸데없을 것 만 같던 수다가 그들의 대화로 이어지자 지식이 되는 순간은 흥미로웠다.. 김영하 작가가 얘기한 '햇빛이 바삭바삭하다'라는 기막힌 표현이 기억이 난다. 정재승의 무궁무진한 지식의 수다는 과학이 어렵다는 편견을 깰 만큼 재미있다. 그가 말했던 '상상이란 과학적 근거를 기반에 문학적 상상, 예술적 상상 더해져야만 완전체를 이룬다'라는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주는 듯하다.


'이 책의 제목인 '열두 발자국'은 '인간이라는 경이로운 미지의 숲을 탐구하면서 과학자들이 내디딘 열두 발자국'을 줄인 것입니다. 저는 이 책의 제목을 궁리하면서 소설가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의 숲으로 여섯 발자국(six walks in the Fictional Woods)>을 떠올렸습니다. 영원한 탐구 대상인 인간이라는 숲을 이해하기 위해 미지의 탐험을 떠난 과학자들이 알게 된 사실들을 여러분들께 조심스럽게 말씀드립니다.” (프롤로그 중에서)


딱딱한 과학 상식을 어떻게 이렇게 쉽게 일상 언어로 풀어놓을 수 있을까? 과학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읽으면 과학이 우리 일상에 '관계없음'에서 '관계있음'으로 탈바꿈한다. 이 책에서 의사결정, 창의성, 놀이, 결핍, 습관, 미신, 결정 장애 등과 관련된 과학의 여러 관점과 이야기를 소개한다. 열두 가지 질문이 담겨있고 그 질문에 답을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뇌과학 강연들 중 흥미로운 강연 열두 개를 뽑아서 만든 책이다. ‘선택’, ‘창의적인 혁신’, ‘놀이’,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분야를 흥미롭게 읽었다. 과학자에게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미신’, ‘결핍’, 심지어는 ‘혁명’ 같은 주제들을 담고 있다. 계획을 세우지만 왜 실천하지 못하는지, 왜 우리가 미신을 믿게 되는지, 아이에게 배우는 기쁨을 느끼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놀이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에 대해서 과학적 관점에서 생각해 볼 기회를 준다.





'인간의 지적 능력은 얼마나 많은 방법을 알고 있느냐로 측정되는 것이 아니라,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하느냐로 알 수 있다. ' 존 홀트 (John Holt)



'우리는 날마다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습관은 안락하고, 포근하고, 안전하게 우리의 삶을 여기까지 끌과 왔지만, 새로 고침이 주는 뜻밖의 재미, 유쾌한 즐거움은 여러분의 삶을 더욱 풍성하게 해 줄 겁니다. '지금 내가 10년 살아봤더니 이 삶이 주는 즐거움이 뭔지 충분히 알겠어. 그럼 이제 새로운 삶이 주는 즐거움을 만끽해 볼까?' 하는 생각으로 새로 고침을 시도해 보면 어떨까요? ' (p.154) 나는 이사를 많이 다닌 편이다. 우리의 뇌는 새로운 환경에서 활성화가 많이 된다고 한다. 새로운 환경에서 안 쓰는 뇌를 많이 써서 '새로 고침'을 한 것. 때로는 새로운 삶이 주는 기쁨이 나를 풍요롭게 하기도 한다.


© Peggychoucair, 출처 Pixabay

우리는 이제 매 순간 '인생 내비게이션'을 켜고 세상을 살아가야 합니다. 내 삶을 다양한 모드로 전환하면서 원하는 정보는 빨리 얻고 실수할 확률은 좀 더 줄어들겠지만, 깊이 사색하고 오래 성찰하는 삶과는 좀 더 멀어지게 될 겁니다. (중략) 우리는 디지털과 아날로그 시간 사이의 균형을 스스로 지키려고 노력해야 합니다.'(p.280) 


호기심이 많아서 관심 있는 게 많아서 궁금한 걸 스스로 알아보고 탐구하는 것이 공부입니다. 지금의 교육은 '더 이상 미적분을 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삶의 가장 큰 기쁨'이라고 느끼는 어른들을 세상에 내보내고 있습니다.(p.103) 학부모로서 우리는 항상 안타까운 교육 현실과 맞닥뜨려져 있다. '배우는 기쁨'을 느끼게 하려면 아이들에게 적당한 시간과 호기심을 유발하는 대화가 필요하다고 하는 글은 나를 반성하게 한다. 내가 말하는 지시와 확인은 대화가 아니라는 것.



© elcarito, 출처 Unsplash


결국은 실천하는 사람이 혁명을 만듭니다. 체 게바라가 말한 것처럼, 사과는 그냥 떨어지는 게 아니라 누군가가 사과나무를 흔들어서 떨어뜨리는 거죠. 상상을 현실로 만들려고 하는 의지, 노력, 능력 이런 것들이 결국 혁명을 이루어냅니다. (p.314) 4차 산업 혁명에 대비해 아이들을 어떻게 교육해야 할지 불안하기만 하다. 거대한 세상에 맞서 싸우는 '열정과 의지'가 필요하다. 뭐든지 실천하고 부딪쳐 보는 것. 잊지 말아야겠다.


© thomholmes, 출처 Unsplash

결정의 순간, 내가 답해야 할 질문은'내게 있어 인생은 탐험인가, 마라톤인가' 하는 것입니다. 물론 인생을 산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목적지를 향해 정해진 삶의 코스를 완주하는 게 목표인 마라토너라면 페이스 조절만 잘하면 안전한 삶의 궤적을 그릴 수 있겠지요. 그러나 새로운 경험이 주는 아슬아슬한 즐거움과 열매의 풍성함을 만끽하고 싶다면, 위험을 감수하는 탐험가의 기질이 필요합니다. (p.348)

창의적인 사람은 암기를 안 할 것이라는 편견이 있습니다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많은 지식을 머리에 저장하고 중요한 기술은 몸에 체화하면서 기본적인 것을 훈련을 통해 학습해야, 매우 중요한 순간에 인지적인 에너지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p.198)



서로 다른 주제들을 담고 있지만 작가는 인간(나)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 우리가 현명해지고 행복하고 늘 깨어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과학적인 관점에서 생각해 볼 기회를 준다.


<추천>

나는 어떤 존재인지 가끔 생각할 때

지친 일상이지만 늘 깨어있고 싶을 때

미래를 대하는 자세에 대해 고민할 때

과학상식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인생 네비게이션을 키고 싶을때


(블로그의 독후감 중에서 추천하고 싶은 책을 올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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