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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마스테 Aug 07. 2020

당신은 차별이 보이나요

선량한 차별주의자, 김지혜

매우 깊이가 있고 잘 구성되어 있는 책이다. 첫 페이지를 여는 순간 나도 가끔 사용하는 말을 읽고 깜짝 놀랐다.


'결정 장애'


'장애'는 '부족함', '열등감'으로 여겨지고 그럼으로써 장애인은 늘 열등한 존재로 여겨진다. 나도 의식하지 않고 생각하고 말하는 게 많을 수 있겠구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지금은 handicapped라고 쓰지만 예전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장애인은 disabled라고 썼다. 언어란 그만큼 우리의 뿌리 깊게 우리의 의식을 지배한다. 나 또한 차별을 하지 않는다고 믿을 뿐 사실은 대부분의 사람처럼 선량한 차별주의자인 것이다. 그리고 나 또한 여러 입장에서 차별을 당해봤다. 여성으로서, 해외에 있을 땐 이주민으로써, 유색인종으로써 기회를 박탈당하고 배제당하면서 불합리한 구분을 일삼는 불평등한 사회에 놓여있다.


이 책에서는 성별, 장애, 나이, 출신 지역, 출신 국가, 인종, 피부색, 혼인 여부 등 차별과 불평등의 주요 요인을 다양하게 담았다. 차별을 당하는 입장과 차별을 하는 입장 차이. 차별을 당하는 사람들이 어떤 노력들을 하고 있는지. 차별에 대응하는 우리는 어떤 노력들을 해야 하는지 깊이 있게 담았다.


<인종>

내가 어려서 인형을 가지고 놀 때 인형은 무조건 백인 여자였다. 모든 애니메이션, 인형과 책에 나오는 백인 여자 주인공들은 착하고 선하게 그려진다. 여전히 해외 드라마나 영화에서 백인 남성은 엘리트, 동양인은 교육받지 못한 슈퍼마켓 주인으로 그려지는 게 웃지 못할 현실이다. 2018년 제주도 예민 난민이 500명이 입국했을 때 남성보다는 여성이 입국을 압도적으로 반대했다. 이유는 '여성에 대한 성범죄 가능성이 높다'라는 것이었다. 여성은 이 구도에서 피해자이고 약자인 것이다.


국제결혼중개업소 홈페이지에 있는 '국가별 신부들의 장점' (남존여비, 여필종부, 일부종사 등) 또한 결혼이 여전히 남성우월주의로 인식된다는 사실이다. 나도 한국 사회에서는 주류이지만 백인 사회에 나가면 동양 여자의 열등한 고정관념의 시선에 사로잡힌다.

<개그의 소재>

내가 어렸을 때는 영구, 맹구, 시커먼스라는 오래된 개그 소재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개그의 소재가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 보어야 할 때인 것 같다. 이제 그런 개그는 장애인과 흑인의 비하의 대상이라는 비판을 받을 때임은 분명하다.


'누군가를 비하하는 유머가 재미있는 이유는 그 대상보다 자신이 우월해지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선량한 차별주의자 (p87) 격하게 공감하는 글이다. 유머, 장난, 농담이라는 이름으로 누군가를 비하하는 것을 가볍게 웃어넘겨야 할까? 개인적으로 이제 이런 개그 소재는 참 불편함으로 느껴진다.


<퀴어문화 축제>

퀴어문화 축제는 다양한 의견이 있다.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그들이 얼마나 사회적으로 낙인이 찍혀있는가에 대한 글을 접하게 되었다. 퀴어는 성소수 자을 지칭하는 단어가 되었다. 원래의 뜻은 '기괴한'이라는 뜻으로 조롱하는 단어였는데 성소수자들은 그것을 특별하고 독창적인 것으로 선언해 버렸다. 퀴어축제를 참여하는 사람들만큼이나 방해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이상하게도 축제를 방해하는 사람들보다 축제에 참가하는 이들에게 비난이 쏟아지는 건 왜일까?


'보이지 않는 성소수자가 축제와 커밍아웃을 하는 이유는 보이는 존재로서 평등한 세계에 입장하고 민주적 토론에 참여하기 위해 낙인이 찍혀있는 사적 기표를 공공에 장에 노출하기 위한 것이다.' (141쪽)


<누구를 거부하는가>

노 키즈존, 내국인 전용, 로스쿨 존, 노장애인존. 어떤 특정 집단 모두를 거부하는 것은 너무 불평등하다. 맘 충, 김치녀, 한남충, 삼식이, 다문화, 똥남아, 급식충 등 차별의 단어는 불평등한 사회를 더 주장하는듯하다.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올림픽을 앞두고 도시환경정화 사업을 벌인다. 속칭 '가난하고 더러운 것'들은 눈에 안 보이게 형제복지원에 격리시켰다고 한다. 안타깝고 비참하다.


'불평등한 사회가 고단한 이유는 구조적 문제를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하도록 부당하게 종용하기 때문이다. 불평등이라는 사회적 부정의에 대한 책임을, 차별을 당하는 개인에게 지우는 것이다. 그래서 삶이 불안하다.' (187쪽)


실제로 우리의 일상에서 차별이 없어지려면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했던 행동을 성찰하고 습관과 태도를 바꾸어 나가야 할 것이다. 작가는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 공존의 조건으로서 평등의 의미를 생각해 봤으면 하고 희망한다. 독서 후 실천이 중요하다. 내가 배척당하고 경계 밖으로 내쳐지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고 누군가를 비웃고 놀리고 짓밟는 일이 없도록 안전한 사회가 되기를 나도 꿈꾸고 바란다. 그런 사회가 오겠지 하며 희망해 본다.



<추천>

불평등하다고 느낄 때

나만 소외된다고 느낄 때



(블로그의 독후감 중에서 추천하고 싶은 책을 올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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