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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마스테 Aug 13. 2020

김영하식 독서경험을 엿보고 싶다면

읽다, 김영하


<읽다>

김영하와 함께하는 '아주 특별한' 여섯 날의 문학 탐사  - 김영하 산문집


이 책은 김영하의 산문 세트 <보다>, <말하다>, <읽다>중 한 권이다. <읽다>는 김영하 작가가 그동안 읽어왔던 수많은 책들, 특히 고전에 대한 사유와 김영하식 독서 경험이 담겨있는 책이다. 독서를 하면서 치열하게 사유하고 탐구했던 경험이 담겨있다. 그래서 나는'우리의 작은 우주는 우리가 읽은 책들로 이루어져 있다'라고 말한 그의 말에 수긍하지 않을 수 없다.


(휴가 중에 조각조각 시간을 내서 읽었어요^^)




세계문학 전집


세계문학전집은 번호가 매겨져 있다. 이 번호가 어떻게 해서 매겨진 건지 궁금했다. '그 번호는 편집자가 되는 대로 붙인 것이 아니라 전집을 편찬한 이들이 각각의 책의 중요성에 따라 질서를 부여한 결과다' (10쪽)라고 한다. 출판사별로 1번인 <변신 이야기>나 <안나 카레니나>는 꾸준히 사랑받는 고전이다. 지금까지 어떤 고전 중에 내가 읽은 것 같이 느껴지는 이유는 아마 축약본을 읽었거나 영화를 보았거나 이야기를 들어서 일 것이다.


'고전은 당대의 뭇 책들과 놀랍도록 달랐기 때문에 살아남았고 그렇기에 진부함과는 정반대에 서 있다'



독서에 대한 사유


독서를 많이 하기 전에는 나는 서점의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서성거렸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한 발짝 뒷걸음쳐서 바라보게 되었다. 고전에 눈을 돌려야 하는데 막상 그게 쉽지는 않다. 책을 읽고 난 후 고전의 중요함을 또 느꼈다. 첫째 날(1장)과 둘째 날(2장)에서는 16세기 <돈키호테>와 18세기 <마담 보바리>의 인물의 입장이 되어 이야기하는 것은 소설을 읽지 않은 나로서는 조금 지루하고 어렵게 느껴졌다. 하지만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소설 속 인물 속에서 나를 발견할 때 즉, 같은 문제를 사유하고 공감할 때 몰입을 하게 된다. 그래서 같은 책을 읽은 분을 보면 반갑다. 나의 자아 안에 공유할 만한 생각 덩어리가 비슷할 것 같아서 이기 때문이다.



<위대한 개츠비>를 세 번이나 읽었다면


도쿄대 법학부에 다니는 나가사와라는 작가의 지인을 소개하는 부분은 흥미로웠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김영하 작가에게 '<위대한 개츠비>를 세 번이나 읽을 정도면 나하고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라면서 실제 친구가 되었다고 한다. 그는 '현대문학을 신용하지 않는다는 말은 아냐, 나는 시간의 세례를 받지 않은 것을 읽는 데 귀중한 시간을 소모하고 싶지 않아. 인생은 짧으니까' (44쪽)



<마담 보바리>


흔하디 흔한 바람난 유부녀의 이야기는 TV 드라마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이유이다. 번역자인 김화영 님의 '가장 아름다운 작품들은 최소한의 소재만으로 된 작품들이다.'(92쪽)라고 하는 후기가 의미심장하다. 현대 영화의 몽타주 기법처럼 주인공 내면을 묘사하는 부분을 소개할 때는 나도 한두 페이지밖에 안 되는 부분에 몰입할 수 있었다. 작가가 주는 힘이다. 김영하 작가는 우리가 소설을 읽는 이유를 이렇게 세련되게 표현한다.

우리가 소설을 읽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헤매기 위해서 일 것이다.(..) 소설은 세심하게 설계된 정신의 미로다.' (99쪽)




나는 소설을 읽으면서 내가 소설 속 인물이 되어서 몰입할 때는 흥미진진하다. 그렇지 못할 때는 완독 하기가 많이 힘이 든다. 줄거리를 예측하는 것도 재미있고 며칠 전 <쇼코의 미쇼>를 읽으며 나의 친구와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생각하기도 했다. 현실의 누군가와 소설 속 인물이 겹치는 경험은 재미있다. 또 작가의 섬세한 문장이나 훔치고 싶은 문장을 만나면 더없이 좋다.



작가는 또 이렇게 이야기한다.

'소설을 읽음으로써 우리가 얻은 것은 고유한 헤맴, 유일무이한 감정적 경험이다. 이것은 교환이 불가능하고, 그렇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 한 편의 소설을 읽으면 하나의 얇은 세계가 우리 내면에 겹쳐진다. 나는 인간의 내면이란 크레페 케이크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일상이라는 무미건조한 세계 위에 독서와 같은 정신적 경험들이 차곡차곡 겹을 이루며 쌓이면서 개개인마다 고유한 내면을 만들어가게 디는 것이다.' (102쪽)






시간의 세례를 받은 고전을 읽는 것. 그것은 분명 가치 있는 일일 것이다. 작가가 대입시험을 앞두고 소설책에서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독서광이었던 것처럼 나도 책에 더 몰입하고 싶다. <좁은문>, <이방인>이나 밀란 쿤데라나 제인 오스틴의 작품 같은. 좋은 책에 말이다.


'독서는 풍성한 내면을 갖게 해 주기 때문에 없는 시간을 쪼개서 소설을 읽는 사람은 내면을 지키려는 욕구가 강한 사람들입니다. 탄탄한 내면을 가진 사람은 남의 의견에 쉽게 흔들리지 않게 됩니다.' (김영하)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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