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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행성 Jul 30. 2023

일회성의 사랑법, 빛을 계산하다

요시고 사진전 - 따뜻한 휴일의 기록

요시고(Yosigo)는 스페인어로 'Yo sigo', '계속 나아간다'라는 뜻입니다. 그가 사진을 찍기 시작했을 때 그의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이라고 하죠. 본명은 호세 하비에르 세라노. 1981년생 바르셀로나 출신 이 사진작가의 작품들은 인스타그램에서 27만명 팔로워의 사랑을 받으며 큰 인기를 끌고 있어요.


따뜻한 색감과 느긋한 휴가지의 순간을 포착한 그의 사진은 지친 현대인들에게 위로를 가져다 주었죠. <따뜻한 휴일의 기록> 사진전은 서울 서촌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요. 이어 부산에서도 문을 열었습니다.



전시장은 요시고가 방문한 여행지인 부다페스트, 마이애미, 두바이 등의 풍경 사진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의 사진에서는 특히나 빛의 이미지가 강하게 나타나는데요. 요시고뿐 아니라 모든 사진작가들은 빛을 사랑하죠. 그도 그럴 것이 빛은 사진의 3요소 중 하나이니까요. (사진의 3요소 : 초점, 노출, 구도)



 "시간에 따라 변하는 빛은 풍경 사진에 막대한 영향을 주죠. 구도를 맞춘 후 피사체와 어떠한 교감이 이뤄졌을 때 셔텨를 누릅니다." - 전시 중, '풍경'


요시고는 같은 사진은 두 번 찍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한 번 지나간 아름다운 순간은 다시 오지 않기에, 피사체를 정하면 특정 시간대에 빛이 어떤 각도로 들어오는지까지 철저하게 계산해서 사진을 찍는다고 해요. 이렇게 치밀하게 해도 원하는 사진을 얻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의 말을 듣고 저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사진작가 사울 레이터(Saul Leiter)를 떠올렸습니다. 현대 사진의 선구자라 불리는 그는 이렇게 말했어요. "특정 대상을 찍기 위해 사진을 계획한 적은 없다." 실제로 사울 레이터는 의도하지 않은 순간을 사진으로 포착하는 데서 즐거움을 느꼈죠.


요시고와는 사뭇 다르게 느껴지는 철학입니다. 두 작가 모두 빛을 사랑했지만, 철저한 계산에 의한 촬영과 우연성에 의한 촬영은 정반대처럼 느껴지죠. 상반되는 태도 중 정답에 가까운 게 뭘지 궁금해지곤 하는데요.



그러나 두 작가가 지향하는 본질은 같지 않을까요? 셔터를 누르는 모든 우연한 순간을 사랑하는 사울 레이터처럼, 요시고 역시 다시 돌아오지 않을 특정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빛을 계산하는 것이니까요. 사진을 남기는 행위는, 일상의 순간을 사랑하는 사진작가들만의 사랑법이 아니었을까요.



"사진은 예술 중에서도 아주 드물게 타고난 재능이 필요 없는 분야입니다. 요즘은 카메라를 가진 모두가 사진작가죠. 다만 중요한 건 정말 사진을 사랑해야 한다는 겁니다." - 전시 중, '미래의 사진작가에게'


그 장소, 그 시간에 내가 존재한다는 것은 일회성의 경험일 것입니다. 요시고가 빛을 계산한 것은 곧 사라져버릴 모든 일회성에 대한 사랑이었을지도요.


요시고는 우리 모두가 사진작가가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어제도 오늘도 핸드폰 카메라를 들고 있는 당신, 이미 사진작가이군요. 오늘은 어떤 순간을 갤러리에 남기셨나요?




∙ 오늘의 산책 : <요시고 사진전 : 따뜻한 휴일의 기록> - 부산 서면, KT&G상상마당 (23.05.27-23.09.03)

∙ 오늘의 영감 : 사진작가들의 셔터음은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는 그들만의 방법이 아니었을까?


Editor. 소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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