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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가다의 작은섬 Apr 22. 2024

가지치기

싹둑싹둑(2024.04.06. 토)


포근한 샘 : 나 지금 ifs(내면가족치료) 북콘서트 보고 있거든요. ifs 재밌다고만 생각했는데 (가지고 있는) 저 책 읽어봐야겠어요 ㅎㅎㅎ

아가다 : 아~ 그 책, 엊그제 도서관 갔다가 (내면가족체계) 그 책 빌리려다가 '지금은 아니다'하고 조용히 내려놓고 왔어요. 샘이 추천하니까 더 읽고 싶네요.

포근한 샘 : ㅎㅎㅎ 나도 안 읽어봤지만 저분 설명이 좋네요.

아가다 : 하지만 지금은 학기 중이라............................... 참겠어요.

포근한 샘 : 맞아요 어제 계속 생각했어요. 내가 가는 방향만 생각했다면, 이제 길을 봐야 한다. 너무 많은 가지들과 욕심들과 바람들을 조절해야 하겠구나.

아가다 : 그렇구나. 이 공부가 그런 것 같아요. 하나만 알아선 날 이해할 수가 없으니까. 이것도 보고 저것도 보다 보면 가지가 계속 넓어지는데, 그러다 한 번씩 가지치기하고 또 하다고 또 자라나고.. 나무랑 똑같네요. 나무도 가지치기를 한 번씩하고 열매도 솎아줘야 되거든요.

포근한 샘 : 그런가 봐요 지금 내가 벌려놓은 일들이 사실은 잘하는걸 더 잘하려고 하는 것보다는 자꾸 넓히기만 하는 것 같아서요

아가다 : 와우 솎아내고 남은 열매가 얼마나 크고 반짝거리면서 열릴지 기대되네요!!! 과수원집 딸!

포근한 샘 : 과수원집 며느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빠 추운데 어디가?'

추수도 끝났는데 과수원에 무슨 할 일이 있다고 저렇게 부지런히 나가실까? 농부의 딸이지만, 농사를 몰랐던 나는 겨울에도 쉬지 않고 과수원으로 나가시는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아빠는 농한기 동안 기온이 따뜻한 날이면 과수원에 나가 부지런히 가지치기를 하셨다. 가지치기는 어느 시기에, 수많은 가지 중에 어떤 가지를 자르느냐에 따라 나무의 성장과 열매 맺음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작업이다. 그래서였을까? 아빠는 가지치기 작업만큼은 다른 사람 손에 맡기지 않으셨다.


겨울 내내 가지를 치고 나무껍질을 벗기고 나면, 따뜻한 봄에 거름과 비료를 준다. 4월 되면 가지치기 작업으로 잘려나가지 않고 살아남은 가지에게 주렁주렁 꽃이 피고, 꽃이 떨어진 그 자리에 조그마한 열매가 맺힌다. 그럼 부모님은 또다시 한 가지에서 나무가 감당할 만큼,  수확할 만큼 열매를 남겨두고 나머지 열매는 부지런히 솎아내셨다.


나무가 견딜 수 있을 만큼 적당히 잘 솎아낸 덕분에 나무도, 열매도 가뭄이 오면 오는 데로, 장마가 오면 오는 데로, 바람이 불면 부는 데로, 새들이 오면 오는 데로, 태양이 내리 째면 내리 째는 데로 여름을 잘 견딜 수 있었다.


가을이 되면 가지치기와 솎아내기 작업의 중요성이 더 확연하게 드러난다. 부모님이 깜박 놓치고 잘 솎아주진 못한 가지에 맺힌 열매는 영양분을 서로 나눠가지느라 잘 크지 못했다. 그와 반대로 적당히 가지가 견딜 만큼 열매가 달린 가지에선 황금색 빛을 발하는 성숙한 단감이 탐스럽게 자태를 뽐낸다. 모진 세월을 잘 견딘 단감일수록 물이 많고 달콤하다.


내가 하는 공부도 이와 같다. 사람을 상대로 하는 공부니 배워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모든 배움이 그럴 테지만, 상담 쪽 공부도 참 끝이 없다. 사람을 이해하기 위한 학문인데 어찌 가볍게 공부할 수 있겠는가! 당연하다 싶지만, 해도 해도 너무 많고 끝이 없다. 이것을 공부하다가도 저걸 해야 될 것 같고, 이제 끝났구나 싶은데 또 해야 할 것들이 생긴다. 야 아아아!!! '할 수 있다'를 외치며 열심히 하다 가다도 내 능력을 넘어선 과부하에 숨이 턱턱 막힐 때가 있다. 이러다간 계속 배우기만 하다 끝날 것 같다. 정말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끝날 것만 같다는 생각에 무력해진다.




가지를 치고 솎아내고, 중심을 잡아야 한다. 상담사마다 자신에게 맞거나 좋아하는 이론이 있다. 그 이론은 상담사에게 인생철학과 같은 것이다. 인생철학을 중심으로 가치를 치고 솎아내다 보면 자신이 바라는 상담사가 되어 있을 것이다.


난 어떤 상담사가 되고 싶을까?

내가 생각하는 상담이란 무엇일까?

사람은 변할 수 있을까?


이 길을 걸어가는 동안 나에게 주어지는 수많은 질문 중에 아직 답하지 못한 것들이 많다. 내가 생각하는 상담은 '성찰하지 않는 삶의 가치 없다'는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인간 본연의, 고유하고 독특한 존재자체에 대한 성찰을 돕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성찰'은 삶과 죽음 사이에서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가지치기와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과수원집 며느리, 나는 과수원집 딸!

우린 이렇게 하나를 배우고 한 걸음씩 걸어간다. 더디고 더딘 걸음이지만, 포근한 선생님~~ 우리 꾸역꾸역 잘 걸어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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