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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가다의 작은섬 Jul 18. 2024

그래 그럴 수 있지

문장 나눔(2024.07.18. 목)

오늘 새벽에 읽은 책 속에서 찾은 '나만의 로고스 한 문장'을 나눕니다.


최근 수업에 들어오셨던 한 아버지가 '저는 아이들을 양육하며 일어나는 합리적이지 않은 일들이 참 힙듭니다'라고 하셨습니다. 그때 제가 한 말은 이렇습니다.

'자녀를 낳고 기르는 자체가 이미 비합리적이지 않을까요? 농경사회에서 자녀 한 명이 노동력이 되는 상황이면 모를까, 오늘날 우리가 자녀를 낳고 기르는 건 합리적인 것과 거리가 멀지요. 돈과 시간 그리고 마음을 가장 많이 쓰는 일이지만 돌려받을 수 없는, 돌려받으려고 해서도 안되고요. 그래서 저는 부모로 사는 건 '거룩한 낭비'라고 말합니다.' <서유지의 죄책감과 작별하는 부모 본문 내용 중>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머리로 이해되지 않는 일들정말 많이 일어납니다. 아이는 머리가 아니라 사랑으로 이해하는 것이 '합리적'이란 사실을 알지만 머리로 이해하며 살아온 세월이 너무 크다 보니 자주 그 사실을 잊어버립니다.


어젠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아녜스가 문제집을 사기 위해 제 카드를 들고나가 어버렸습니다. 카드를 어버린 게 이번이 세 번째 여서 어제는, 제 머리로는 도통 아녜스를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이렇게 비합리적인 세상에 자주 던져집니다. 아무리 '구'를 돌려 봐도 이해할 수 없는 그 행위에 견딜 수 없이 화가 났습니다. 화로 잠식 된 몸을 잠시 호흡으로 가다듬고 생각해 보니 학원에서 알려준 그 많은 문제집을 스스로 챙기고 제 앞가림하고 있는 아이의 '합리적인' 모습이 보였습니다. 대견하고 기특했습니다.  비합리적인 동시에 합리적인 아이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니 화의 모습이 감사로 변합니다.


합리적이란 이론이나 이치에 합당한 것을 말합니다. 어디 세상이 합리적인가요? 지금 미친 듯 쏟아지는 폭우조차도 비합리적인 현상입니다. 나라는 존재자체도 합리적인 것만으로 해석할 수 없고 사람도 세상도 합리적  또는 비합리적인 시선만 가지고 이해할 수 없습니다. 따지고 보면 인생에 생과 죽음이 있다는 것 자체가 비합리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나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우주 만물의 모든 지혜가 필요합니다. 아니, 그보다도 나와 다른 사람, 세상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을 비합리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비합리적이라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말입니다. 내 입장에서도 합리적인 일도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는 비합리적일 수 있고.

내 입장에서 비합리적인 일이 다른 사람 입장에서 합리적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합리와 비합리를 떠나서 나와 타인, 세상을 '그래 그럴 수 있지'라고 바라보는 수용적 태도가 필요합니다.


인지정서행동치료의 창시자인 알버트 엘리스는 인간은 비합리적인 사고와 합리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이중적인 존재라고 말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언제나 합리적인 사고로 긍정적으로 살 수도 있고 비합리적인 사고 부정적으로 살 수도 있는 존재란 말이죠. 선택과 책임은 항상 '오로지 나'의 몫입니다.


오늘 하루, 비합리적인 세상에 비합리적으로 존재하는 나를 '그래 그럴 수 있지'라는 수용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건 어떨까요?


감사랑합니다. 글로 상담하는 상담사 아가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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