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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가다의 작은섬 Sep 05. 2024

<나는_나쁜 딸입니다>

독서일기(2024.08.13)


30p 그 수많은 전투는 나와 딱히 상관없는 것이었지만, 언제나 나는 그 전쟁터 속에 있었다.

부모는 이런 생각을 하며 억울해 할 수도 있다. 내가 딱히 아이들에게 소리치거나 물리적 폭력을 행사한 것도 아니고 부모끼리 싸웠을 뿐인데 아이들에게 무슨 상처를 입혔단 말인가? 부모는 자녀에게 우주보다 신보다 더 큰 존재다. 아니 우주이자 신이다. 자기 세상의 전부인 사람들이 서로를 탓하며 싸운다. 아이마음은 어떨까?


수업시간에 교수님께 들은 말이다. 부모의 다툼 속에 있는 아이들은 전쟁 한복판에 있는 것과 같은 공포를 느낀다고. 우주와 우주가 다투고 있는데 누구를 원망하고 누구를 탓해야 할지 몰라 아이들은 결국 자신을 탓해버린다. 전쟁이 남긴 황폐함과 공포는 평생 가슴에 남아 자신을 비난하고 자책한다. 평생토록 소리쳐도 모자랄 고통이지만 자신을 낳아준 부모가 남긴 상처인데 세상 어디에 소리칠 수 있단 말인가?


이 책은 아주 짧은 소설이었지만, 폭력이 남무 하는 가정에서 성장하는 아이의 심리적 묘사가 아주 잘 표현됐다. 제목만 봤을 땐, 엄마와 밀착된 관계에서 분리되는 성장소설인줄 알았는데 가정폭력 생존자를 위한 소설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어린 시절에 느꼈던 감정의 실체를 좀 더 명확히 할 수 있었다. 40살이 넘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아프고 아프다고 계속 소리 지르고 싶다. 그래서인지 책 말미에 나온 이 문장이 참 오래도록 기억된 책이다 '이 고통의 비명을 평생토록 질러댄대도 모자랄 거야.'


'감사랑합니다. 글로 상담하는 상담사 아가다입니다'




나는 나쁜 딸입니다/파스칼린 놀로/김자연/라임/청소년 문학/120p


흐린 하늘은 해가 활활 타오르고 잿더미다_말콤 드 샤잘


25p 애초에 희망을 품지 않으면, 고통스러운 실망을 느낄 일도 없을 테니까. 하지만 감정 없이 사는 삶이 과연 가치가 있을까?


30p 그 수많은 전투는 나와 딱히 상관없는 것이었지만, 언제나 나는 그 전쟁터 속에 있었다.


51p 나는 본능적으로 사람을 경계하고, 혹시라도 있을 위험으로부터 나 자신을 보호하려 애썼다. 엄마처럼 덫에 걸려 학대당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


52p 나는 나탕과 상상 속에서만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고, 나탕이 나쁘게 변할 위험이 없는 안전한 곳에서 만. 그러다 다시 현실로 돌아오면 내게는 절대 오지 않을 그 장밋빛 날을 그리워하며 슬픔에 빠졌다.


69p 아빠를 증오한다. 엄마가 원망스럽다. 아니,  엄마를 증오한다. 아빠가 원망스럽다. 머릿속에서 모든 것이 뒤죽박죽 뒤섞였다. 뭐가 뭔지 모르겠다. 모든 게 혼란스럽다


83p 유토피아를 향한 나의 바람이 흔적도 없이 흩어졌듯이 대신에 내 가슴에는 커다란 멍만 남았다


100p 이 고통의 비명을 평생토록 질러댄대도 모자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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