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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어풍차 Jun 12. 2021

코로나에 갇힌 사람들

금요일 저녁 남편과 느긋하게 운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핸드폰을 확인해 보니 딸한테서 여러 통의 전화가 와 있다. 그 시간이면 한창 바쁘게 돌아갈 응급실, 그곳에서는 선생님들끼리 서로 사용하는 콜 폰 이외에는 다른 전화를 사용할 수 없다. 무슨 일인가 싶어 얼른 전화를 했다. 


"엄마, 나 어떡해. 진료하다가 코로나 환자와 접촉했어. 어떤 남자 환자가 다른 병원에서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그것을 숨기고 우리 병원으로 진료를 받으러 온 거예요. 지금 응급실 일부는 폐쇄되고 저도 2주간 격리해야 된대요." 

생각지도 않은 소식에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무증상 환자라 코로나 환자로 분류되지 못하고 응급실로 바로 들어왔다는 딸아이의 말에 안타까운 탄식이 흘러나왔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2년이 다 되어간다. 처음에는 그 병의 특성에 대해 잘 몰라 대처에 미숙한 면이 있었지만, 이제는 코로나가 어떤 병인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상식에 어긋난 행동을 한사람이 있다니 믿기지 않았다.



 영상 통화로 본 딸의 모습은  평상복이 아닌 근무복을 그대로 입고 있었다. 옷을 갈아입을 사이도 없이 격리된 것이다. 


"딸, 괜찮니?"

하고 묻자 위험에 노출된 자신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때문에 업무량이 늘어날 동료들 걱정부터 했다.

 부랴부랴 남편과 함께 구호물품이 도착하기 전에 사용할 물건 몇 가지를 챙겨 딸이 사는 오피스텔로 향했다. 


"딩동 딩동"

벨을 누르자, 딸은 문을 열지 못한 채 문 앞에서 "엄마, 아빠"만 부르고 또 불렀다. 안타까운 동동거림이  인터폰으로 전해졌다. 두꺼운 철문을 사이에 두고 괜찮을 거라고 마음 편히 지내라는 말만 건넸을 뿐 어이없게도 우리는 코로나의 장벽에 막혀 만날 수 없었다. 이야기로만 듣고 뉴스로 접했던 일들이 실제로 눈앞에서 벌어진 것이다.


무서운 코로나는 여전히 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다.  그런데도 나는 코로나 발병 초기에는 사람이 많이 모인 곳이나 카페 가기를 꺼리며 긴장했던 것과는 달리 가끔 카페에 가서 친구도 만나고 외식을 하기도 했다. 질병관리본부에서는 날마다 코로나 발생 현황을 보도하며 위험성을 알리는데, 코로나가 나한테만은 비켜가리라 착각한 걸까. 그동안 다소 느슨해졌던 마음이 다시 긴장감으로 팽팽해졌다. 


딸은 환자와 접촉 후 검사 결과는 음성으로 나왔지만 코로나는 잠복기가 있다. 2주간 누구와도 접촉해서도 안되고, 외출도 금지된 채 한 공간에서 갇혀 살아야 한다. 코로나가 만든 가혹한 감옥에 갇힌 셈이다. 


올해 2월 정부에서는 우선순위로 의료진과 요양병원 종사자들에게 백신을 접종하게 했다. 딸은 업무가 바빠 안타깝게도 그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그때 접종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가져간 물품을 문 앞에 두고 돌아서려니 발길이 떨어지질 않았다. 숨 막히는 2주일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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