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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마워숲 Jul 22. 2022

앞뒤가 똑같은 전화번호 말고 고무장갑

 앞뒤가 똑같은 전화번호 15**-15** 대리운전 노래는 아마 한번씩은 다 들어봤을 것 같다. 나는 대리운전을 불러본 적은 없고, 앞뒤가 똑같은 고무장갑을 쓴다. 보통의 고무장갑인 왼쪽,오른쪽 한 켤례의 고무장갑은 앞,뒤가 구분이 되어있다. 그래서 보통 손등 부분은 매끈하고 손바닥부분은 그릇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약간의 요철 같은 처리가 되어 있다. 그리고 한 켤레, 한 켤레 너무나 소중하게 비닐 포장이 되어 있다. 고작 고무장갑 한 켤례에 또 커다란 비닐 하나를 버리게 된다. 게다가 어쩜 그렇게 늘 내가 사용하던 고무장갑은 오른쪽이 먼저 구멍이 나는지, 늘 오른쪽이 먼저 구멍이 난다. 교체한 지 얼마 안되고 오른쪽에서 물이 들어오면 아까워서, 쓰레기 또 만드는 게 싫어서 어떻게든 버티고 며칠을 더 써보다가 결국 새것으로 교체하곤 했다. 그러던 중 몇해 전 제로웨이스트샵에서 무포장 고무장갑을 발견했다. 사이즈가 하나라는 사장님의 말이 다소 불안감을 형성하긴 했지만 껴볼 수는 없는 상태라서 일단 사왔다. 집에 와서 착용해본 장갑은 나에게 너무 작.았.다. 피가 안 통하는 느낌이 들어서 도저히 설거지를 할 수가 없었다. 그 장갑은 친정엄마가 오셨을 때 친정엄마 쓰시라고 드리고 나는 다시 비닐에 든 장갑을 사서 써야했다.


그러다 언젠가 본 무**품의 고무장갑이 생각났다. 천연고무로만 제작되었고 3켤례가 한꺼번에 비닐포장이 아닌, 크라프트종이(크라프트인척하는 비닐지퍼백 아닌)에 들어 있었다. 그리고 앞, 뒤 구문이 없었다. 앞 뒤 구분이 없다는 것은 오른쪽 왼쪽 구분이 없다는 것. 오른쪽이 먼저 구멍이 나면 종이봉투에서 아무 고무장갑이나 한장만 꺼내서 쓰면 된다. 그리고 더 중요한..나에게 맞는 사이즈가 있다는것! 친정엄마도 집에 오셔서 써보시곤 내려가실 때마다 한팩을 사가시고, 내 것까지 사다놓으신다. 그리고 색감도 빨갛고, 분홍색의 눈에 거슬리는 색이 아닌 멀건 상아색이라 눈에 거슬리지 않는다. 탄소중립을 생각하면 수입품보다는 현지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이용하는 것이 더 나은 방향일지도 모르겠다. 국내 제품으로 이렇게 무포장이면서, 앞뒤구분없는 천연고무장갑이 나오면 좋을텐데. 지난번 샀던 사이즈가 작았던 그 고무장갑은 좌우구분이 없이 쓸 수 있는 제품은 아니었다. 이미 있는데 내가 모르는 걸 수도 있겠다. 앞뒤 구분이 없는 제품이 아니더라도, 비닐포장없는 무포장 고무장갑은 이제 주변 제로웨이스트샵에서 쉽게 살 수 있는 것 같으니 근처에 제로웨이스트샵이 있다면 무포장 고무장갑을 구매해서 이용해보길 추천한다.


고무장갑 안 쓰는 사람도 있다는데 나는 맨손 설거지는 못하겠어서 이렇게라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고무장갑은 사용 후 분리수거가 되지 않고 쓰레기로 처리해야하기 때문에 한장이라도 덜 쓸 수 있는 방법을 택하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종이포장지에 6장이 한꺼번에 들어가 있으니 기존의 고무장갑이라면 생겼을 3장의 비닐 쓰레기를 줄인 셈이다. 일본 기업이지만, 제품군에 플라스틱이 너무 많다는 것이 다소 불편하지만 그래도 무**품에는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아이템들 또한 분명 존재하고,패키지에서도 그것이 느껴진다. 여러장의 면 행주를 판매하고, 좌우가 같아서 한장만 교체해도 되는 고무장갑을 묶음 단위로, 종이포장만으로 판매한다. 오가닉 면을 사용하고, 스테인리스로 된 주방도구들은 손잡이 부분이 다른 소재가 아니기 때문에 망가지거나 기능을 다했을 때에 분리 배출이 용이하다. 아주 작은 디테일이지만 이런 작은 것을 간과하는 기업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이 기업의 제품을 더 선호하게 되는 것 같다.


 살면서 많은 선택을 하게 되고, 그 선택의 결과는 나중에 어떤식으로는 작용하게된다. 고작 고무장갑 하나 선택한 거로 지구를 위해, 미래의 인류를 위해 내가 대단한 일을 한 것은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아파트 10층 높이까지 자란 나무도 처음엔 씨앗이었다. 그 씨앗이 흙을 만나고, 해의 기운을 받고, 비의 응원을 받고, 바람의 격려를 받고 씨앗일 때는 상상할 수없을 만큼 자란 것처럼 지금 나의 작은 선택이 자양분이 되어 미래가 조금은 달라질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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