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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마워숲 Sep 18. 2022

마음의 눈으로 바라봅니다.

게이퍼드 : 그렇지만 사진은 사실을 보여주지 않습니까?

호크니 : 우리는 사진이 궁극적으로는 실제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카메라는 기하학적으로 대상을 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런 방식으로 보지 않습니다. 부분적으로는 기하학적으로 보지만 또한 심리적으로 보기도 합니다. 내가 저 벽에 걸린 요하네스 브람스의 사진을 본다면, 그 순간 브람스는 문보다 훨씬 거 크게 보일 겁니다. 그러므로 세계를 기하학적인 방식으로 측정하는 것은 사실이 될 수 없습니다.

게이퍼드 : 그렇다면 주관적이고 심리적으로 본다는 말씀입니까?

호크니 : 그렇습니다. 지금 당신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내 시야에는 당신의 얼굴이 훨씬 더 크게 보입니다. 내가 당신에게 집중하고 있고 그 밖의 다른 것들에는 집중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내가 조금 움직여 저쪽을 바라보면 당신의 얼굴은 작아집니다. 그렇지 않은가요? 눈은 마음의 일부분이지 않습니까?

<*데이비드 호크니와의 대화 다시, 그림이다 중에서>



나는  대화를 보면서 어떤 사물이나 사람을 의식하고   사물이나 사람이  자주   보이는 경험을 떠올렸다. 학창 시절 그렇게 많은 학생들 중에 유독 좋아했던  오빠를 제외하고는  블러 처리되고  오빠만 또렷하게 보였던 적이 있는가 하면, 자동차를 바꾸고 나니  차와 같은 자동차가  전에도 이렇게 많았나 싶을 정도로 자주 보인 경험이 있다. 아마 나만의 특별한 경험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인식을 하고 있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의 차이는 크다. 예를 들면, 너무 더워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테이크 아웃하고 싶은데 텀블러를  챙겨 나온 날인 상황, '아... 오늘 텀블러를  챙겼는데... 어쩌지..ㅜㅜ 내일은  챙겨 나와야지. 슬리브라도 쓰지 말아야지. '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환경을, 미래를 의식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환경에 대한 의식을 하지 않고 있는 사람은 아무런 생각 없이 테이크아웃을 하고, 빨대를 쓰고, 슬리브도 쓰고 분리수거도 없이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이다. 아무런 불만도, 걱정도, 미안함도 없다. 의식을 하고 있는 사람은 변화의 여지가 있는 사람이고, 의식하지 않은 사람은 변화의 여지가 없다. 안타까운 것은  인식이라는 것이 누군가가 해라 해라 한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어떤 계기에 의해 스스로 인지하고 의식하게 되는 수밖에 없다.



나 역시 태어날 때부터 환경을 의식하지는 않았다. 어릴 때는 환경에 대한 걱정이 있기는 했으나, 내가 뭔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굳이 생각을 끄집어내 보면, 내가 11살 때인가, 아버지가  IMF 때 힘든 시기를 겪으셨는데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건 종이에 '에너지 절약'이라고 쓰고 종이를 예쁘게 꾸미고 코팅을 해서 집안 곳곳 조명 스위치 위에 붙이는 것뿐이었다. 환경을 위한 일이기도 했고, 안 좋아진 가계 상황을 나아지게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어쨌든 막연히 지구에 대한 환경에 대한 걱정만 갖고 있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러다, 창업을 하고 브랜드 네임을 짓는 과정에서 지구에 감사한 마음을 담아 '고마워 숲'이라는 뜻을 가진 'Merci la foret'로 네이밍을 하게 된 이후, 나는 행동을 하게 됐다. 이 이름이 나의 인식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 블로그 닉네임을 메르시 라 포레의 줄임말 '메라포'를 사용하다가 한글 뜻인 '고마워 숲'을 그대로 사용하게 되면서 나의 환경에 대한 활동은 좀 더 적극성을 띄게 됐다. 메라포 일 때는 그 의미를 언뜻 봐서는 모르지만, 고마워 숲이라는 이름은 누가 봐도 환경에 대한 나의 방향성을 알려주는 듯했다. (감사로 가득한 숲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긴 있었다..)


 공방을 운영하는 본업이 있는 내가  이런 활동을 해야 하지? 나는 그렇게 제로 웨이스트를 완벽히 실천하지도 못하는데? 나보다  잘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굳이 내가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그런데 나는  주변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는 그래도 가장 환경을 많이 의식하고 있는  같았다. 시시콜콜하고 보잘것없는 실천일지라도 하고 있고, 이런 활동들이 모이면 세상이 조금은 깨끗해질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만들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이유 있는 의미부여를 하게 됐다. 나의 어릴  꿈인 '그림으로 세상을 아름  하는 사람' '그림으로 세상을 깨끗하게 하는 사람'으로 바꿔서 이루면 되겠다는 그런 의미 부여, 깨끗한 세상은 아름다울 테니까. 그렇게 마음을 먹고 나니 나의 활동을  알리고,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소비해도  가져도  부족한 듯해도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나의 일상을 공유하고 싶었다. 그렇게 나의 마음의 눈에는 초록색 지구가 담겼다. 그리고 이제 나를 아는 사람들, 나의 주변 사람들의 마음의 눈에도 초록색 지구가 담기길 바라는 흑심을 가득 담아 오늘도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모든  SNS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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