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으로 만든 패티? 구매 후기도 좋은데? 한번 사볼까? 우리 어린이 비건버거 만들어줘봐야겠다.'
비건 버거를 만들어주기 위해 구매한 대체육 패티의 패키지는, 패티가 겨우 두장 들어있는데 플라스틱 트레이에 비닐에 종이까지 있었다. 자주 사 먹지는 못하겠다 생각하고 버거를 만들기 시작했다. 버거번을 오븐에 넣고, 예열한 팬에 대체육 패티를 올렸다. 양상추와 토마토를 씻고, 오이는 얇게 썰어 소금을 뿌려놓았다. 패티가 노릇노릇 구워질 때쯤, 버거번에 비건 마요네즈를 바르고, 양상추를 올리고, 오이, 토마토 슬라이스를 올리고, 마지막을 구워진 패티를 올려 버거번을 덮어 완성했다. 아이의 버거에 들어가는 패티는 포 뜨듯 한번 더 얇게 썰어서 버거가 한 입에 들어 갈 수 있게 만들었다.
대체육 패티로 만든 버거의 맛은 꽤 훌륭했다 단독으로 먹으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빵과 채소 소스가 어우러지니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수제버거 같은 맛이 났다. 남편은 맛있으니 자주 해달라고 했다. 인공의 맛과 향에 길들여진 어른의 입맛에는 나쁘지 않은 차선책이었다. 그런데 당시 5살이었던 어린이는 한 입 먹어보더니, 식물성 패티를 빼 달라고 했다. 패티를 빼고는 채소로만 채워진 버거 아닌 버거를 맛있게 다 먹는 것이었다.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육류의 맛과 향이 아이에게는 익숙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대체육 패티의 패키지로 인한 쓰레기와, 아이가 그닥 좋아하지 않는 점 때문에 첫 구매 후 두세번 정도 더 구매를 하고는 이제는 더 이상 구매하지 않는 비건음식이다.
채식 지향을 결심 하고 이런 저런 비건 아이템을 찾아보다가 [저스트에그]라는 녹두가 주 성분인 식물성 대체계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너무 궁금했다. 마침 우리나라 요식업 관련 기업에서 수입을 하기로 결정이 되었고, 우리나라에서 제조를 한다는 기사를 접하고는 제품의 국내 출시를 꽤 오랫동안 기다렸었다. 관련 소식을 접하고 1년쯤 지났을때 저스트 에그의 소매 판매가 시작된다는 것을 알게되었고 런칭 전 펀딩에도 참여하고, 체험단 이벤트도 신청해봤다. 체험단도 되고, 펀딩한 제품도 오고, 갑자기 집에 저스트에그가 가득했다. 문제는, 패키지였다. 일단 체험단으로 받아보게된 대체 계란은 노오랗고 귀여운 보냉가방에 담겨서, Just egg 가 적히 에코백에 담겨서 우리집에 왔다. 원치 않았던 선물이었다. 집에는 이미 보냉가방이 두개나 있고, 에코백은 차고 넘친다. 그리고 녹두로 만들어진 그 대체 계란은 플라스틱 병에 담겨 있었다. 계란말이 한 2번 해 먹자고 플라스틱병 쓰레기 하나를 만들게 되는 것이다. 물론 분리수거를 잘 하겠지만, 플라스틱은 만들어질 때부터 탄소를 배출한다. 저스트에그 오믈렛이란 제품은 샌드위치에 넣기 좋게 끔 네모난 두꺼운 계란 지단의 형태인데, 이게 또 한장 한장 소중하게 비닐포장이 되어있다. 그렇게 비닐 포장이 된 오믈렛은 종이 상자에 4장이 들어 있었다. 대체계란이 풍부하던 그 때, 계란 알러지 때문에 계란은 제대로 먹어본 적이 없는 아이를 위해 계란말이도 하고, 계란토스트도 만들어 줄 수 있었다. 녹두로 꽤 계란과 유사한 맛과 식감을 구현해 내는 제품이었다. 아이도 남편도 나도 맛있게 먹었다. 하지만 그 뒤로는 다시 구매를 하지는 않았다. 환경을 위해 육식을 멈췄는데 그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공장에서 만들어진 플라스틱 통에 담긴 식물성 계란을 먹는 것은 과연 환경에 좋은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환경이 아닌, 알러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계란은 먹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대안일 수 있겠다. 덕분에 우리 아이도 계란토스트라는 것을 먹어볼 수 있었으니까. 그렇지만 나는 알러지가 없다면, 차라리 비싸더라도, 작은 농장에서 판매하는 자연 방사 유정란을 택해, 아주 가끔 먹는 편을 택하고 싶다. 꼭 먹어야 한다면 말이다. 만들 때도 유해가스가 생성되고, 썩지도 않는 플라스틱을 계란말이 두개마다 하나씩 만들어내고 싶지는 않다.
채식을 시작하고 얼마 안되었을 때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글의 소재로도 좋겠다고 생각했었던 것인데,
'요즘은 채식하기 좋은 시대다. 대체할 음식이 많으니.'
비건버터는 맛이 내가 먹던 그 버터 맛이었고, 대체육도, 대체계란도 이 정도면 진짜라고 해도 될만큼 비슷한 맛이었다. 이런 제품들이 있으니 나의 비건이 그렇게 어려울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데 채식을 2년쯤 유지한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식물성 버터, 식물성 대체육, 식물성 계란 및 비건도시락, 비건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비건 음식들이 있는데 이런 비건제품류 모두 공장에서 만들어져 나오는 것이 대부분이다. 공장식 축산, 공장식 낙농의 몸집이 커지지 않기 위해서는 비건 인구가 많아지는 것은 분명 환경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비건을 선택했다고 해서 비건이라는 그 단어 자체에 매몰되어, 공장에서 만들어진 가공품으로 가득한 비건식을 유지 하는 것은 내 몸에도, 환경에도 그닥 좋은 선택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공장에서 이미 다 조리된 음식이나, 손질을 다 마치고 끓이기만 하면 되는 밀키트는 재료의 원물을 볼 수 없다. 재료의 어느 부분을 섭취하게 되는지도 알 길이 없다. 내 입에, 내 아이의 입 속으로 어떤 음식이 들어가는 지 엄마인 내가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 '내가 먹는 것이 곧 나'라고 한다. 내가 무엇을 먹었는지 알 수 없으니, 내가 어떻게 될지도 알 수 없다. 제철에 나는 채소와 과일을 적극 이용해서 요리를 하고, 가끔 계란을 먹고, 가끔 버터를 먹어서 날라리 비건, 나일론 비건이지만, 공장식 비건은 되고싶지 않다.
어느 스웨덴 요리를 하는 레스토랑에서 칙피 샌드위치를 먹었던 기억으로 얼마전 병아리콩을 사다가 하루를 불려서 삶고, 그걸로 버거패티를 만들었다. 처음이라 잘 뭉쳐지지도 않고 색깔도 허연것이 패티라고 부르기에는 민망했지만 6살 어린이는 쌍 엄지척을 내 보이며 병아리콩 패티로 만든 샌드위치를 너무나 맛있게 하나를 다 먹었다. 대체육으로 만든 버거에서 대체육패티만 골라냈던 아이가, 엄마가 만든 병아리콩 패티는 너무나 맛있게 먹었다. 마트에서 사오기만 하면 되는 것에 비해 불리고, 삶고, 갈고, 굽고..귀찮은 일이기는 하지만 한번 만들어 두고 냉동실에 얼려두면 세식구가 샌드위치를 2~3번은 해 먹을 수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생기지도 않고, 무엇보다 아이가 너무 잘 먹으니 또 병아리콩을 물에 불릴 수 밖에 없다.
간편함은 엄마에게 시간을 선물하지만, 나중에 나에게서, 우리 가족에게서 무엇을 가져 갈 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